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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외교통’ 김건 “한미정상회담은 75점…야당·기업·종교계 제쳐”

헤드라인 2025-10-31 04:19 매일경제 원문 보기
AI 요약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건 의원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75점을 주며, 경제 불확실성 해소는 긍정적이나 협상이 완벽하진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이 20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는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원금 회수가 핵심이라며 야당의 역할과 국민 세금 회수 방안 점검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반드시 정의된 이율을 유지하라고 강조하며, 한미 관계를 협력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 단독인터뷰 외교부 요직 두루 거친 ‘베테랑’ “제일 중요한 건 美투자원금 회수” 미북 회담 불발에는 “기대 없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건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매경AX와 인터뷰하고 있다. “100점 중에 한 75점 정도다. 그렇지만 그 이상은 도저히 못 주겠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건 의원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이같이 총평했다. 관세 협상 타결로 당장 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된 건 다행이지만, 아주 성공적으로 협상을 해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매경AX는 한미 정상회담 이튿날인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김 의원의 집무실에서 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의원은 35년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주영국대사, 외교부 차관보, 북핵외교기획단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베테랑 외교관 출신이다. 초선임에도 외교 전문가로서 그의 내공은 더불어민주당 등 타당에서도 인정할 정도다. 외교에 있어 김 의원의 관심사는 오로지 ‘국익’이다. 온화한 화법을 구사하지만, 정상회담에 대한 그의 분석은 냉철하고 치밀했다. 자신이 야당 의원이라고 억지로 흠을 찾지도 않았다. “원금 회수해야 국민 세금 복구”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번 정상 간 합의에 따라 한국은 조선업 협력 1500억달러(약 213조4500억원)와 별개로 현금 2000억달러(약 284조6000억원)를 미국에 투자하게 된다. 현금투자액 2000억달러는 그간 우리 측이 제시해 온 최대치다. 원금 회수 전까지 투자 수익은 양국이 5대5로 나눌 예정이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과연 잘한 협상이라 볼 수 있을까 하는 건 있다”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맥시멈(최대치)에서 타결이 됐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것만도 엄청 힘들었을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그는 “여러 번 하늘이 노래졌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김 의원은 “제일 중요한 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원금을 회수 못 하면 미국에 그냥 돈 주는 것과 똑같다”며 “합의문에 제대로 적혀 있는지 점검하는 게 첫 번째 과제고, 실제로 운영이 그렇게 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국민 세금이 복구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주장하는 걸 보면 수익이 많은 사업에 제대로 투자하면 한국 국민 경제에 부담도 안 되고, 한미 관계도 돈독히 할 수 있으니 좋다는 것”이라며 “그냥 주는 돈이 안 되게만 만들면 방위비 분담금 늘리는 것보다 (한국에) 이게 훨씬 낫다”고 설명했다. 이번 투자 결정이 일방적인 ‘대미(對美) 원조’가 되어서도 안 되고, 또 이를 막기 위해 앞으로 야당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계속 감독해 나가는 것도 중요한 프로세스다. 그걸 여당은 잘 안 하려고 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야당·기업·기독교계 제친 외교”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식 환영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안내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김 의원은 ▲김칫국 외교 ▲자중지란 외교 ▲마이너스 외교 ▲소음공해 외교 등 네 가지를 평가 기준으로 제시했다. 앞서 국민의힘이 9월 말 ‘이재명 정부 무능 외교부 대응 특위’를 출범할 때도 그가 언급했던 내용이다. 이 중 ‘마이너스 외교’ 부문에 그는 “0점”을 줬다. 김 의원은 “외교는 총력, 우리 국민의 모든 힘을 다해서 해야 하는 것”이라며 “대미 협상에 있어 정부·여당을 도와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세력이 3개가 있다. 우리 야당, 우리 기업들, 그다음은 종교계. 특히 기독교계”라고 소개했다. 그는 “(외교는) 초당적으로 해야 하는데 민주당에서 (야당을) 사람 취급도 안 하고, 입법 독재만 계속하면 야당이 여당을 한목소리로 도울 수 없지 않나”라며 “기업들에도 노란봉투법, 더 센 상법 등으로 재갈을 물리는데 뭐가 신나서 물심양면으로 정부를 (돕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채상병 특검이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등을 압수수색한 점을 언급하며 “이 목사,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가 미국 기독교계와 친하고, 또 이 교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친한 걸 다 알지 않으냐”며 “기독교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교계가 ‘한국한테 이러면 곤란하다. 한국은 우리가 (기독교를) 전도한 나라야’라고 백악관에 압력을 넣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한국을 너무 치면 내 지지 기반이 좀 그렇지’,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잖나”라며 “세 세력을 소위 말해서, 제쳐버렸다”고 비판했다. “김칫국 마시면 외교 레버리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건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매경AX와 인터뷰하고 있다. 나라의 총력을 다하지는 못했다며 25점을 가차 없이 깎았지만, 김 의원은 다른 세 가지 기준에 있어서는 높게 평가했다. 특히 올해 8월 워싱턴DC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 때는 “국민이 김칫국을 마시게 했다”면서 “(정부가) 이번에는 그렇게 안 하더라”고 짚었다. 김 의원은 ‘모든 것이 합의되기 전에는 어떤 것도 합의된 것이 아니다(Nothing is agreed until everything is agreed)’라는 외교 무대의 원칙을 언급하며 “(외교에서는) 김칫국을 마시면 바로 상대방의 레버리지가 된다”고 말했다. 막판까지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미국) 다녀와서는 정부가 ‘대부분 보증이 있고, 걱정할 것 없고’ 등 별 얘기를 다 했다”며 “(한국 정부가) 국민한테 ‘이렇게 됐다’고 설명했는데 (미국이) ‘무슨 소리야, 안 돼’ 하면 벌써 (한국이) 약세가 된다. 달려가서 ‘그게 아니지’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두 국가론’ 언급 등을 놓고 정부 안팎에 논란이 있었으나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그라든 점, 여권에서 반미 발언이 나올 때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직접 “오버플레이(과한 언행)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제동을 건 점도 높게 평가했다. 여야가 극한 대치 상황임을 고려하면 김 의원의 “75점”은 후한 점수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그의 분석은 집요하고 깊었다. 이번 회담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상대로 한국 정부가 구사해야 할 외교 전략까지 그의 설명은 거침이 없었다. “트럼프 이해하고 외교 나서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최고경영자 서밋(APEC CEO SUMMIT)’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김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동맹국 간의 관계를 부동산 개발업자와 협력업체 간 관계처럼 사고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트럼프를 잘 이해하고, 그 바탕 위에서 내재적 접근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부동산 개발업자와 협력업체들이 힘을 합쳐서 빌딩을 짓고 돈을 같이 버는 것, 이게 운명 공동체다. 그 안에서 돈을 벌려면 개발업자가 단가를 낮게 후려쳐야 하는 식”이라며 “아주 적정 단가만 보장하고 나머지(업체들)는 다 갖고 와야 하는 구조”라고 사례를 들었다. 이어 “윈윈과 제로섬이 같이 있는 구조”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단가 후려치기에 나서면 우리가 ‘단가 후려치기구나’ 생각하고 논리를 준비해야 한다. 한국의 적정 이율은 이것이고, 이건 보장해야 한다. 이렇게 계속 언급해야 트럼프 대통령이 보고 타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기 행정부와 달리 2기 행정부 체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류하는 이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김 의원은 조언했다. 트럼프의 성격이 1기 행정부 때보다 더 강하게 미국 정부의 대외 정책·전략에 반영되고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진단이다. 정치권이 주목한 미북 정상회담 성사가 결국 불발된 데에 대해서는 “사실 전문가들은 별 기대 없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에) 나올 리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핵 보유를 미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이 이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으리라는 것. 김 의원은 “북한은 ‘미국이 우릴 핵으로 위협하기에 핵을 개발한 것’이라고 정당화한다. 인정받게 되면 북핵이 위협하는 한국과 일본도 (핵무장에 나선다)”며 “인정하는 순간 핵확산을 막을 수 없다. 핵 보유를 인정하라는 조건을 내거는 동안에는 대화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31 1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