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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협상 타결에도 세부내용 조율 난항…반도체·농산물서 ‘이상 기류’

헤드라인 2025-10-30 11:45 매일경제 원문 보기
AI 요약

한국과 미국은 29일 관세협상을 타결했지만, MOU의 세부 내용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이 시장을 100% 개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혀 한국 정부와 의견차가 있으며, 특히 반도체 관세와 농축산물 개방 문제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양국의 투자 구조는 한국이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투자 기간 또한 한국은 최대 10년으로 설정될 전망이다.

김용범 “농산물 개방은 방어” 대통령실 “변한것 없다” 반박 반도체 관세합의는 되레 후퇴 7월 ‘최혜국 대우’ 합의했지만 이번엔 ‘대만 기준’ 뇌관 남겨 러트닉 LNG·광물개발 언급에 韓 ‘상업적 합리성’조항 시험대 미국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왼쪽부터)이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뒤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지난 29일 관세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으나 양해각서(MOU) 세부 내용을 놓고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은 모호한 3500억달러 투자처와 투자 결정 구조, 반도체 관세, 농축산물 개방 등을 두고 MOU 내용이 확정 발표될 때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30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한국은 그들의 시장을 100% 개방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러트닉 장관이 밝힌 내용은 우리 정부 입장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한국 정부는 농축산물 추가 개방 없이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는 입장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은 철저히 방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트닉 장관은 ‘100% 시장 개방’이라고 밝히면서 쌀과 소고기 등 농산물 추가 개방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이미 한국은 모든 미국산 상품에 대해 시장이 개방돼 있다”며 “이번 합의를 통해 추가적으로 변경되는 사안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부 수입 물량 제한은 있으나 시장 자체는 열려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반도체 관세도 여전히 ‘뇌관’이다. 러트닉 장관 발언이 나오자 대통령실은 이날 “한미 양국은 반도체 관세를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적용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는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국인 대만과 동등한 입지를 확보해 불확실성을 제거한 협상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는 자동차에 이어 한국의 대미 수출 핵심 품목이다. 지난해 반도체 대미 수출액은 106억달러에 달한다. 만약 미국이 한국산 반도체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직접 수출은 물론 대만을 통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도 타격을 입게 된다. 한국 정부 말이 맞다고 해도 지난 7월 말 1차 무역합의 때보다 반도체 분야에서 다소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7월 말 한미 양국은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에 대해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관세를 부과하는 ‘최혜국대우(MFN)’를 적용하는 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만을 기준으로 삼게 되면서 자칫 유럽산 반도체(관세율 15%)보다 불리해질 가능성을 남겨둔 모양새다. 러트닉 장관은 주요 투자처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조선업을 첫 번째 투자 분야로 지정하고 150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며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 핵심 광물, 첨단 제조,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팅을 포함한 미국 내 프로젝트에 20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지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1500억달러 규모의 조선 협력 분야 투자에는 이견이 없지만 나머지 2000억달러를 어떤 프로젝트에 얼마나 투자할지를 놓고 적지 않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러트닉 장관 발언에 비춰볼 때 한국 투자금은 조선 분야와 알래스카 LNG 개발, 핵심 광물 개발 등에 투자될 전망이다. 미국이 투자처까지 먼저 거명하면서 ‘상업적 합리성’을 중시하는 한국 측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 미지수로 남게 됐다. 일본은 5500억달러 중 3320억달러를 소형모듈원전(SMR)을 포함한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변전소·송전망 등 전력계통 연결에 사용한다. 웨스팅하우스 신규 원전 건설에는 1000억달러를 배정했다. 러트닉 장관은 지난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제1호 안건은 전력 분야가 된다”고 언급했다. 알래스카 LNG 개발은 결국 한일 양국이 다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북극권 동토인 알래스카 노스슬로프 지역에서 난 천연가스를 새로 건설할 1300여 ㎞의 가스관을 통해 앵커리지 인근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날라 액화한 뒤 수요지로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총사업비 규모는 45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 참여를 기정사실화한 것은 물론 일본에 대해서도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 역시 주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결정 구조는 한국과 일본이 비슷하지만 한국이 좀 더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하나의 기금으로 모펀드를 조성하고 그 밑에 프로젝트별 자펀드를 설정한다. 이때 프로젝트 선정권은 미국에 있지만 프로젝트 건의 등을 하는 투자협의위원회 위원장을 한국 산업통상부 장관이 맡기로 했다. 반면 일본은 투자협의위에 미·일 정부 관계자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최근 미국에 제시했다. 모자펀드 구조가 아니라 프로젝트 단위로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하기로 했다. 특정 프로젝트가 손실이 나면 다른 프로젝트 이익으로 손익상계를 할 수 없다. 한미 MOU에는 미·일 MOU에 없는 상업적 합리성, 수익 배분 조정 등도 포함될 예정이다. 투자 기간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 임기인 ‘2029년 1월 19일까지’로 정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최장 10년’으로 담길 전망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리더스 만찬에 참석해 “관세협상을 제일 잘한 국가이자 리더”라며 이재명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정상회담에서 공개적으로 핵추진 잠수함을 언급한 것을 놓고서도 대담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이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국력을 키워야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김 대변인이 말했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30 2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