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으로

‘꿈의 핵잠’ 핵연료 원하는 이재명…미국서 건조하라는 트럼프

헤드라인 2025-10-30 10:06 매일경제 원문 보기
AI 요약

한미 정상은 한국군의 핵추진잠수함 확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로 인해 동북아 해양안보 지형의 변화가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핵잠용 핵연료 공급을 요청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지만, 필리조선소에서의 건조 가능성과 비용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잠을 건조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필리조선소에서의 건조가 이루어질 경우 전략적 이익이 낮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동북아안보 ‘게임체인저’될 핵추진 잠수함 한미 공감대 美서 건조땐 비용·시간 2배 한국도 설계·제조 시설 갖춰 전문가 “국내 제조가 유리” 한미협력·방산 수주 측면선 美현지 건조 긍정적 시각도 한미 정상이 한국군의 숙원인 핵추진잠수함 확보에 대해 분명한 공감대를 이루면서 동북아시아 해양안보 지형이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무제한 잠항 능력을 갖춘 ‘게임 체인저’인 핵추진잠수함을 확보하면 한반도 주변 바닷속 안보질서에 훨씬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핵잠용 핵연료 공급을 공개 요청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해 공감과 동의 의사를 밝히면서 오랜 ‘핵잠의 꿈’이 무르익는 분위기다. 변수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은 핵잠을 바로 여기 훌륭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밝히며 또 다른 고민거리를 던졌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핵잠 설계 역량과 소형원자로 제작 능력에 기반해 핵연료 공급을 요청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미국 조선업 부흥과 연결 지으며 각기 다른 셈법을 보였다. 정부와 군당국, 방산업계와 잠수함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두고 대체로 경제·안보 이익과 현실성이 낮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질문에 “한미 간 추가적인 논의를 반드시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신중론을 펼쳤다. 발언 맥락을 고려하면 이는 사실상 ‘동의하지 않는다’란 의미로 읽힌다. 방산업계와 잠수함 전문가들도 민감한 전략자산인 핵잠을 미국에서 만든다면 당초 이 대통령이 요청했던 ‘핵연료 공급’보다 경제적·안보적 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짧은 SNS 발언만 봐서는 핵잠의 설계·운용 주체도 불분명하다”면서 “(미국이) 자국 인력 고용 등 측면에서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실익은 꼼꼼히 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한국이 설계·건조 능력이 부족할 때는 첫 잠수함인 장보고함(SS-61)을 독일에서 건조해 도입했지만, 이제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 핵잠 건조가 비용과 소요 시간, 군사 보안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됐다. 한 예비역 해군 제독은 “한국이 핵잠 건조를 위한 장비를 미국으로 운송하고 미국 인력을 써야 한다면 비용이 (국내 건조의) 2배가 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이미 핵잠과 관련해 필요한 규모와 성능, 무장 등이 반영된 기본 설계까지는 거의 마친 것으로 보고 있고, 소형원자로 기술 역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면서 미국 내 핵잠 건조에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콕 찍어 언급한 필리조선소가 현재로서는 핵잠을 건조할 여유나 기본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필리조선소는 330m 규모의 드라이도크 2기와 인력 약 1700명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필리조선소를 직접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필리조선소의 연간 건조 여력은 1~1.5척 수준으로 대형 전략자산을 단기간에 건조하기엔 물리적 여유가 없다. 핵잠은 일반 함정보다 훨씬 높은 정밀도와 보안 통제가 필요한 만큼 현재 설비 수준으로는 건조가 어렵다는 평가다. 이에 조선업계에서는 “핵잠 추진이 본격화해도 국내에서 건조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거제·울산 등 국내 대형 조선소들은 이미 함정과 상선을 병행 생산할 수 있는 대형 도크와 고숙련 인력을 갖추고 있다. 설비·공정 효율이 높고 일정 관리가 쉬운 데다 신규 시설를 구축하는 것보다 예산 부담도 덜하다. 반면 필리조선소 건조가 현실화하면 얻을 수 있는 전략적 이익이 적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핵잠을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하면 현지 고용과 부품 수요가 늘어나 ‘한국 조선 기술이 미국 산업 생태계에 이바지한다’란 메시지를 줄 수 있다. 한국 기업이 미국 내에서 전략자산급 함정을 직접 건조한 경험을 쌓게 되면 미 해군의 보급함·지원함 등 후속 방산 협력 사업에서도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관측도 제기된다. 잠수함 전대장을 지낸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예비역 해군 대령)은 “필리조선소에서 핵잠을 건조한다면 매우 현실적이고 가장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며 긍정론에 힘을 실었다. 그는 “한국의 생산력과 미국의 설계 능력을 활용해 협력 체제 속에서 가장 좋은 작품을 공동 생산할 수 있다”며 “우리가 단기간 내에 최고 성능의 핵잠을 획득할 수 있는 방안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강동길 해군 참모총장은 국회 국방위 종합감사에서 핵잠으로 건조될 가능성이 있는 ‘장보고-Ⅲ 배치-Ⅲ’ 건조에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총장은 향후 건조될 핵잠 규모가 ‘5000t급 이상’이 될 것이라며 핵연료에 대해서는 “평화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면 (우라늄) 농축 정도를 20% 이하로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규백 장관은 종합감사에서 핵잠 도입 규모에 대한 질문에 “해군과 협의해야 하겠지만, 4척 이상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변했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30 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