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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관용·인내의 정치 펼쳐야 … 온국민 박수받는 대통령 될 것"

헤드라인 2025-10-30 07:49 매일경제 원문 보기
AI 요약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최근 인터뷰에서 "승자독식 대결을 멈추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관용과 인내가 우리 정치에 필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인 88인의 이야기를 담은 자신의 신간을 통해 일본 정치와 사회를 소개하면서도 한국 사회에 대한 관심을 잊지 않았다. 또한 그는 정치권의 극단화 경향을 우려하며, 국민 또한 국가의 이익을 위해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前 국무총리 각자도생이 부른 신냉전 시대 국민 대통합이 먼저 이뤄져야 美中 사이서 국익 지킬수있어 尹비상계엄 매우 잘못된 판단 소통단절 韓정치 현실 보여줘 李정부 사법개혁·부동산 정책 현장 목소리 반영 원칙 지켜야 공정한 시스템 구축이 내 할일 '한국의 노벨상' 호암상 성과로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한국 사회에서 실종된 '관용과 인내'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정치 지도자와 국민을 향해 "진영에 휩쓸리지 않는 실력과 자세를 갖춰 달라"고 말했다. 한주형 기자 정치가 진영의 전장으로 변한 시대, 김황식 전 국무총리(77)가 "승자독식 대결을 멈추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내 정치에 드문 '명재상'으로 불렸다. 대법관과 감사원장을 지내고 이명박 정부에서 깜짝 총리로 발탁된 후 2년 반 동안 자신을 '중도저(低)파'라 칭하며 현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흘린 수많은 눈물로 '울보 총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읽고 쓰며 소통하는 일도 놓지 않았다. 2021년 내놓은 회고록 제목인 '공감, 소통 그리고 연대'라는 세 단어는 공직 생활을 하는 동안 그의 신념이기도 했다. 최근 펴낸 책 '일본인 88인의 이야기'에선 일본 정치·사회·문화를 새롭게 소개했다. 그 속에서도 그의 시선은 한국 사회를 향해 있다. 출간을 기념해 만남을 청한 자리에서 그는 "우리 정치에 가장 필요한 덕목은 관용과 인내"라며 국민통합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인터뷰는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호암재단 접견실에서 이뤄졌다. ―88인의 이야기 중 특히 마음에 와닿은 인물이 있나. ▷1960년부터 5년간 재임한 이케다 하야토 전 일본 총리는 넉넉한 마음을 보여준, 인간성과 능력을 겸비한 인물이다. 10년 안에 국민 소득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실천해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만들었고, '관용과 인내'를 슬로건으로 삼았다. 지금 우리 정치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본다. ―지난 21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취임했다. ▷중의원 때 한 극우 성향 발언 때문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국가를 운영하는 입장에선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우려할 필요는 없을 거다. 일본의 국익을 위해서도 한일 관계는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도 국익 중심의 실용적인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것 같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미래 지향적으로 접근하면 된다. ―신냉전 시대에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내 재임기엔 도널드 트럼프도, 시진핑도 없었다. 합리적인 선에서 경쟁하고 협력하는 시대였다.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 현 정부의 입장도 굉장히 어려울 거다. 한미동맹에 충실하면서도 국익을 챙겨야 한다. 우리가 취할 자세와 원칙은 국제 규범을 준수하고 국익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 두 기둥 안에서 합리적이고 지혜롭게 접근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국내 정치가 중요하다. 국민 통합이 이뤄져야 대외 관계에서도 우리 목소리를 내고 뜻을 관철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후 정치 국면을 어떤 마음으로 지켜봤나. ▷잘못된 판단이었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당시 야당의 무리한 탄핵과 입법 남발 등 잘못은 있었다. 그러나 그 대응책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힘들고 어려워도 대화하고 타협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결국 우리 정치권의 수준을 보여준 현실이었다. ―탄핵과 수사도 반복됐다. ▷윤 전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그가 당선인 시절 여러 원로를 초청한 자리에 갔을 때 나는 두 가지 이야기를 했다. 야당 인사도 등용하는 등 탕평 정치를 해달라는 것과 임기 초반에 제왕적 대통령제 개헌 논의를 시작해달라는 것. 둘 다 이뤄지지 않았다. 이뤄졌다면 계엄이나 탄핵도 없었을 거다. ―정치 구도상 어떤 리더도 외면해 온 문제들이다.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이 얘기를 하고 싶다. 편 가르기 하지 않고 대통합의 정치를 하면 박수받을 수 있다. 헌법도 합리적으로 개정해 국가 미래를 대비한다면 이 이상 좋은 게 없다. ―여론도 극단화 경향을 보인다. ▷문제를 키워온 건 정치권 책임이지만, 국민도 깨어나야 한다. 진영이나 지역의 이해에 편승하지 않고 각자가 국가의 이익과 미래를 위해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자기 판단 없이 휩쓸리고 있다면, 그걸 부끄럽게 생각할 줄 아는 국민이 됐으면 좋겠다. ―최근 정부·여당이 대법관 증원, 4심제 도입 등 사법개혁을 추진 중인데.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다. 과거에도 여러 번 논의됐지만, 부작용이 우려돼 가지 않았던 길이다. 특히 재판소원제는 사실상 4심제가 돼 위헌성 문제가 있고, 많은 사회적 혼란과 비용이 예상된다. 충분한 논의를 통해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검토해야 한다. ―총리 재직 시 '우문현답'(우리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라는 공직자의 태도를 강조했다. ▷현장을 철저히 확인한다는 원칙은 재단 업무를 할 때도 지킨다. 특히 공직자들은 어떤 정책이 가져올 긍정적·부정적 효과에 대해 상상력을 가져야 한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중도저파' 등 일의 태도에 관한 말을 많이 남겼다. 공직자로서 지키고자 했던 삶의 원칙은 뭐였나. ▷공직자든 아니든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기본 정신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사랑을 갖고 모든 일들을 했으면 좋겠다. 책에도 실은 미야자와 겐지의 시 '비에도 지지 않고'를 많은 분이 읽어 봤으면 한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삶의 자세가 담겨 있다. ―호암재단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2024년),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의 필즈상(2022년) 수상 전에 삼성호암상을 시상한 점이 화제가 됐다. ▷세계적인 상을 받은 분들께 놓치지 않고 상을 준 건 참 다행이고 잘한 일이다. 원칙에 따라 좋은 수상자가 선정되게끔 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세상 모든 일이 이렇게 원칙에 맞게 움직일 때 성과를 낼 수 있다. 시스템이 믿을 만하면 구성원들도 제대로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누가 입김을 미친다거나 눈치를 보게 만들면 그렇게 일하기가 어렵다. 우리가 할 일은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고 뒷받침하는 거다. 김황식 전 총리 △1948년 전남 장성 출생 △광주제일고·서울대 법학과 졸업 △1972년 제14회 사법시험 합격,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고법 부장판사, 광주지법원장 등 △2005년 대법관 △2008년 제21대 감사원장 △2009년 아시아 감사원장회의 사무총장 △2010년 제41대 국무총리 △2017년~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장 △2018년~ 호암재단 이사장 △2020년~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2023년~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본문 수집 시각: 2025-10-30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