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법무부 장관.
“저희 부 선배도 (특검) 가서 저까지 가면 미제 처리할 사람이 없어요. 죄송합니다”
지방 검찰청에 근무하는 검사 A씨는 최근 몇 달새 특검에 오라는 제의를 두 차례나 거절했다. 이미 같은 청 검사들이 특검에 많이 차출돼 미제 사건을 처리할 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정치 검찰’이라는 이유로 조직을 없애겠다더니, 보이스피싱 사범 잡는 일선 검사들 데려가 정치 사건만 시키는 현실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특검에 파견된 검사는 총 114명. 대형 지방검찰청 한 곳이 통째로 빈 셈이다.
그 사이 A씨가 근무하는 검찰청 캐비닛에는 각종 미제 사건이 쌓여갔다. 정부가 늘 강조하는 민생 사건이 주가 됐다. 중고거래 앱에서 사기를 당해 수백만원을 잃은 노인의 사건부터 임금을 갈취당하고 일자리를 잃은 고졸 청년의 사건까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억울한 형사 사건 피해자들은 하루하루 늦어지는 사건 처리 속도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고 한다. 주임 검사였던 중간 기수 검사들이 줄줄이 특검에 간 탓이다.
그런데 정부는 또 새로운 특검을 만들어 검사 5명을 보내려 한다. 이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건진법사 전성배씨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의 띠지가 분실된 배경에 ‘검찰 윗선’ 개입이 있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분실 고의나 윗선 개입이 없었다는 대검찰청 감찰 결과가 나온 지 일주일도 안 돼서 결정된 일이다. 법조계에서는 “원하는 결론이 따로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원하는 결론’을 내려면 다음의 의문점들이 해소돼야 한다. 고의로 분실했다면 검찰이 띠지가 훤히 보이는 사진을 남겨둔 이유는 무엇인지, 비상계엄으로 탄핵 소추된 대통령 부부를 지키기 위해 검사들이 법 위반을 감수할 명분이 있는지, 이번 정부에서 구성된 대검 감찰팀은 왜 ‘윗선 개입’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그 또한 외압이 있었던 것인지 같은 것들이다. 현직 부장검사는 “불기소하면 현 정권에서 문제지만, 기소하면 정권 바뀔 때 문제”라면서 “회사를 없애는 마당에 이런 정치적 위험까지 감수할 검사가 있겠냐”고 했다.
얼마 전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정권에서 정치탄압 도구로 비난받던 검찰을 국민을 위한 검찰로 되돌리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특검 정국으로 미제사건은 나날이 쌓여만 가는데, 검사들에게 관봉권 띠지 분실 경위만 재차 들여다 보게 하는 일도 국민을 위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매번 정치 검찰이라는 구호를 아래 “검찰 폐지”를 외치면서 정치 사건에는 꼭 검사들이 필요한 이유도 궁금하다.
사회부 법조팀 김민소 기자.
AI 요약
지방 검찰청의 검사 A씨는 특검에 차출된 동료들로 인해 미제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치적 목적에 따라 검사들이 선별적으로 차출되는 현실에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특검에 파견된 검사 수가 114명에 달해 미제 사건 처리가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새로운 특검을 구성하여 특정 사건의 배경을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의 조사 결과에 대해 편향된 결론이 나올 가능성에 우려하며, 검사들이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수사가 국민을 위한 것인지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30 1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