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이상 사는 최장수 포유류, 암에도 거의 안 걸려
비결은 ‘CIRBP’ 단백질... 북극 적응하며 DNA 복구 능력도 획득
인간 세포에 주입하자 DNA 수리 속도 2배 빨라져
“인간 건강 수명 연장 가능성”… 생쥐 대상 안전성 실험 중
[사진=픽사베이]
200년 이상을 사는 지구상 최장수 포유류인 북극고래(Bowhead whale)의 장수 비결이 밝혀졌다. 이들은 북극의 차가운 바닷물에 적응하기 위해 발달시킨 특별한 단백질을 이용해 손상된 DNA를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극고래는 몸무게가 80톤이고 최대 수명 추정치는 268년에 달하는 거대한 동물이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거대한 몸집과 긴 수명에도 불구하고 북극고래가 암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해왔다. 몸집이 크면 세포 분열 횟수가 많아 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위험이 통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코끼리의 경우, 암 억제 유전자(p53)의 복사본을 많이 가져 암세포가 생기면 스스로 파괴(자폭)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미국 로체스터 대학의 베라 고르부노바 연구팀은 북극고래의 방어 전략이 코끼리와는 다를 것이라고 가정했다. 연구팀은 알래스카 이누피아트 원주민 사냥꾼의 도움을 받아 살아있는 고래 세포를 확보한 후 자외선 등으로 DNA를 손상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북극고래 세포는 손상된 세포를 죽이는 대신 DNA가 망가진 부분을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수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성과는 29일 (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정확한 수리의 핵심에는 ‘CIRBP’라는 단백질이 있었다. 이 단백질은 원래 세포가 차가운 환경에서 손상되는 것을 막아주는 ‘냉기 적응’ 단백질이다. 북극고래는 인간보다 100배나 많은 CIRBP를 생산해 북극해에 적응했는데 이 단백질이 DNA 손상 복구라는 다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추가로 확인된 것이다.
학계에서는 이번 연구 결과가 사람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연구팀이 북극고래의 CIRBP 유전자를 인간 세포에 주입하자 DNA 수리 속도가 2배로 빨라졌다. 이 유전자를 주입받은 초파리는 일반 초파리보다 수명이 길어졌고,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방사선에도 더 강한 저항력을 보였다.
연구 공동 저자인 안드레이 셀루아노프 로체스터대 박사는 “우리는 새로운 유전자를 찾은 것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을 약간 조정한 것”이라며 “인간의 시스템도 북극고래처럼 약간 조정하면 건강 수명을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현재 이 유전자를 생쥐에게 주입해 안전성과 실제 수명 연장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AI 요약
북극고래의 장수 비결은 특별한 단백질 'CIRBP'를 통해 손상된 DNA를 빠르고 정확하게 수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 단백질이 북극의 차가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동시에 DNA 수리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으며, 연구 결과는 사람의 수명 연장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연구팀은 이 유전자를 생쥐에게 주입하여 안전성과 수명 연장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30 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