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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주아 열풍에 이우환 설치 작품까지...철학적 명소로 거듭난 ‘호암미술관’

헤드라인 2025-10-30 05:00 매일경제 원문 보기
AI 요약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이우환의 신작 '실렌티움(묵시암)'이 개관되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예술가의 철학적 사유와 자연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어우러지며, 철판과 돌로 상징되는 문명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하고 있다. 11월 4일부터 일반 관람이 가능하며, 입장료는 2만5000원으로 정원에서 관람할 수 있는 대형 신작도 포함된다.

호암미술관에 새롭게 설치된 이우환의 ‘실렌티움(묵시암)’. 오색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용인 호암미술관이 세계적 거장인 이우환 작품을 품으며 한층 다채로워졌다. 삼성문화재단은 29일 “지난 28일부터 이우환의 신작 공간 ‘실렌티움(묵시암)’을 전통정원 ‘희원’ 내에 개관 상설 전시하고 있다”며 “그간 관람객에게 공개하지 않았던 미술관 호수 주변의 ‘옛돌정원’에서 이우환의 조각 설치 작품 3점을 새롭게 선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호암미술관은 루이즈 부르주아 회고전으로 관람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단풍철을 맞아 인파가 더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원에 선보이는 ‘실렌티움(묵시암)’은 라틴어로 침묵을, 한국어 명칭인 묵시암은 ‘고요함 속에서 바라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내 작품 3점과 야외 설치 1점이 하나로 어우러진 프로젝트다. 입구에는 무거운 돌과 두꺼운 철판으로 이루어진 작업 1점이 설치돼 있고, 실내로 들어서면 신작 3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바닥에 설치한 ‘플로어 페인팅(Floor Painting)’은 ‘점’이 극한의 우주, 무한까지 확장되어 이루는 ‘원’의 형태와 색채 변화로 생명을 표현하여, 마치 땅에서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중간 방 ‘월 페인팅(Wall Painting)’의 점은 이우환 예술 세계의 출발점이자 귀환점이다. 극도로 절제된 붓놀림을 따라 공중에 떠 있는 듯 보이며, 미세한 색채의 변화 속에서 그린 것과 그리지 않은 것이 만나 더 큰 조화를 이룬다. 오른쪽 가장 안쪽에 자리한 ‘쉐도우 페인팅(Shadow Painting)’은 돌 뒤로 드리워진 그림자와 작가가 그린 그림자를 함께 보여준다. 작가의 오랜 주제인 관계와 만남, 울림과 호흡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돌은 수만 년 전부터 있었던 자연을, 철판은 문명화된 산업사회를 상징한다. 작가는 작품 앞에 멈춰 서서 다양한 느낌과 생각을 가지도록 유도한다. 단색화 작가군으로도 알려진 이우환은 1960년대 말 ‘모노하(物派)’의 이론적 형성에 깊이 관여하며 일본 동시대 미술의 전환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다. 삼성문화재단은 이우환 작가의 작품을 오래 전부터 수집·소장해 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작가가 직접 제안한 것으로, 호암미술관의 유려한 자연을 배경으로 작가의 철학적 사유를 전개한 것으로 해석된다. 작가는 “내 작품은 봄과 동시에 울림이 있는, 보자마자 감각이나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생동감이나 에너지가 중요하다”며 “(관람객이) 침묵 속에 머물며 세상 전체가 관계와 만남, 서로의 울림과 호흡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얕은 구릉지 산책로인 ‘옛돌정원’에서는 철과 돌이라는 문명과 자연이 만나 이루어진 3 점의 대형 신작을 감상할 수 있다. 관람료는 기획전과 희원, 실렌티움, 옛돌정원을 포함해 유료 2만5000원이다. 1주일간 리움 멤버십 프리뷰를 거쳐 11월 4일(화)부터 일반에 공개한다. 실내 바닥에 그린 이우환의 ‘플로워 페인팅.’ 사진/이재안 호수가 보이는 구릉지 산책로인 ‘옛돌정원’에도 이우환 설치 작품 3점이 놓여 있다. 자연과 공명하며 깊은 울림을 준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30 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