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는 않지만 나라의 산업을 지탱하는 힘은 바로 뿌리산업(Foundry Industry)이다.
주조, 금형, 용접, 열처리, 표면처리, 소성가공 등 우리 산업의 가장 밑단을 떠받치는 뿌리산업은 자동차, 조선, 반도체, 2차전지, 항공 등 핵심 산업의 기반이 된다.
그러나, 기술인력 부족, 노후 설비, 지역 편중 등의 문제로 오랫동안 ‘사양 산업’으로 취급받아왔다. 이에 정부에서는 “뿌리산업의 재도약”을 국가적 전략과제로 설정하고 지역 맞춤형 지원과 첨단 기술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뿌리산업, 이제는 첨단화의 중심으로 변모 중에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5년에도 ‘뿌리산업 경쟁력 강화사업’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은 단순한 기술 보조가 아니라, 지역 산업 생태계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구조 혁신 프로그램이다.
첫째, 스마트 뿌리공장 구축 지원이다. 기존의 생산 공정을 디지털화하고, 센서·AI·데이터 기반의 공정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지원한다. 예를 들어, 부산의 한 주조기업은 정부 지원으로 스마트 용해로를 구축해 에너지 사용량을 15% 절감했다. 또한 실시간 품질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불량률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둘째, 친환경 공정 전환 지원이다. 탄소중립 시대에 대응해 열처리·도금·주조 공정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폐수·배출가스 저감 설비 구축을 지원한다. 특히 ‘뿌리산업 친환경 설비 지원사업’은 설비 전환비용의 최대 70%까지 보조금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셋째, 기술인력 양성 및 고용 안정화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한국뿌리산업진흥센터가 협력해 지역별 뿌리산업 맞춤형 인력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청년 기술인력의 현장 정착을 위해 인턴십 및 채용 연계도 추진한다.
지역산업 특화, 현장 중심의 혁신에 있어, 뿌리산업의 경쟁력은 지역산업의 혁신과 직결된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지역산업 육성사업’을 통해 각 지역이 강점을 가진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특화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예를 들어, 광주·전남은 미래차 부품·소재 산업, 대구·경북은 금형 및 기계부품, 울산은 정밀화학·에너지 산업, 충남·세종은 첨단소재 및 반도체 장비 분야로 특화되어 있다.
이 사업의 핵심은 단순한 보조금이 아니라, 산학연 연계형 지역 혁신 모델이다. 즉,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술개발(R&D), 실증·검증, 사업화까지 패키지로 지원받는다.
지역산업 특화 지원사업의 대표 사례
#1. 전남의 ‘뿌리산업 디지털 전환 지원사업’
전남테크노파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역산업거점기관 지원사업을 통해 도내 주조·금형 등 뿌리산업 중소기업의 생산현장에 스마트센서, 데이터 수집 장비, 공정관리시스템을 도입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2024년부터는 AI 기반 품질 예측 시스템 실증사업이 추진되어 불량률 감소 및 에너지 절감 효과를 검증 중이다.
#2. 대구의 ‘스마트 금형 고도화 클러스터 조성사업’
대구기계부품연구원(DMI)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역산업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스마트 금형산업 고도화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이 사업은 대구·경북 금형 기업을 대상으로 디지털 설계·3D 프린팅·가상성형 시뮬레이션 기술을 이전·보급하여 생산성 향상과 공정자동화를 목표로 한다. 또한, 2023년부터 추진 중인 대구형 뿌리산업 디지털 전환 시범사업과 연계해 지역 제조기업의 첨단화와 청년 기술인력 유입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3. 충남의 ‘ESG 기반 뿌리기업 경쟁력 강화사업’
충청남도는 한국뿌리산업진흥센터와 협력해 도내 뿌리기업의 환경·안전·인권경영 체계를 강화하는 ESG 기반 경쟁력 강화사업을 2024년부터 운영 중이다. 이 사업은 중소 뿌리기업을 대상으로 ESG 자가진단, 개선 컨설팅, 탄소배출 감축 지원을 제공하며, 참여기업의 대기업 공급망 ESG 대응역량 강화를 지원한다.
이 정책사업과 관련한 기업들의 주요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뿌리산업 지원은 대기업도 받을 수 있나?” 대부분 중소·중견기업 중심이지만, 대기업과 협력하는 공동기술개발형 과제나 상생형 기술혁신사업에는 대기업 참여가 허용된다.
둘째, “지역산업 육성사업은 특정 지역 기업만 가능한가?” 그렇다. 각 사업은 지자체별 전략산업에 한정되므로 해당 지역에 본사 또는 공장을 둔 기업만 참여할 수 있다.
셋째, “기술개발 외에 어떤 지원이 있나?” 공동 장비 구축, 기술 인증, 해외 판로 개척, 인력양성 등 비R&D 분야의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뿌리산업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대한민국 제조 경쟁력의 ‘기초 체력’을 결정짓는 산업이다.
이제 정부의 지원은 단순한 보조가 아니라 디지털 전환·친환경 전환·지역혁신을 함께 묶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현장의 기업이 이 변화에 올라타야 한다. 정부는 길을 열었고, 지역은 기반을 마련했다. 이제 남은 것은 현장 기업의 실행력과 협력의 의지다.
[김승범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 한양사이버대학 IT MBA 겸임교수 / 컨설팅학 박사 / (주)무담 컨설팅부문 이사]
본문 수집 시각: 2025-10-30 1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