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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한은 통안채’ 담보로 물꼬 트나

헤드라인 2025-10-29 23:47 매일경제 원문 보기
AI 요약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담보로 한국은행 통화안정증권(통안채)이 주목받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국고채는 만기가 길어 담보 가치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반면, 통안채는 짧은 만기로 높은 유동성과 안정성을 제공한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은행이 통안채를 법적 담보물로 지정할 경우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규제 및 관리 강화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담보물 암초’ “초단기 국채 없다” 딜레마 만기 다양한 통안채, ‘한국형 담보’로 급부상 “국내 거래소·K콘텐츠 결제 잡으면 승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둘러싼 ‘담보물’ 논쟁이 뜨겁다. 미국식 모델인 ‘초단기 국채’가 국내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한계가 명확해지면서, 가상자산 업계가 ‘한국은행 통화안정증권(통안채)’을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3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시 담보물이 될 채권이 기획재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를 대신해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통안채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를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보수적이던 한국은행이 ‘통안채’라는 고리를 통해 발행사에 대한 통제권과 영향력을 확보할 할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美 모델 가로막은 ‘초단기 국채’의 부재 오늘날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규칙은 사실상 미국이 만들었다. 테더(USDT)나 USD코인(USDC) 등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규모만큼 만기 3개월 이내 초단기 미국 국채나 환매조건부채권(RP) 등 현금성 자산을 담보로 보유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보유자가 언제든 1달러로 바꿔달라고 요구할 때 즉시 지급할 수 있어야 하기에, 담보물은 ‘높은 유동성’과 ‘가치 안정성’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문제는 이 모델을 원화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행하는 고정금리부 국고채는 만기가 2년, 3년, 5년, 10년 등으로, 가장 짧은 것이 2년에 달한다. 2년물 국채는 금리 변동에 따라 채권 가격이 등락하므로, 스테이블코인의 담보 가치 안정성을 위협하는 ‘리스크’ 요인이 된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만기가 긴 채권은 금리 상승기에 가격이 하락해 담보 가치가 발행액을 밑돌 수 있다”며 “안정성이 생명인 스테이블코인에 만기 2년짜리 국채를 담보로 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초단기 국고채 대안으로 떠오른 ‘통안채’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 통안채’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통안채는 한은이 시중 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만기 14일짜리 할인채부터 2년 만기 이표채까지 다양한 기간물이 존재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만기가 짧은 통안채는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변동 리스크가 거의 없다. 사실상 현금과 다름없는 안정성을 제공하면서도 국고채와 동일한 최고 신용등급(AAA)을 갖췄다. 업계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담보물로 통안채를 주목하는 이유다. 아이러니한 점은 한국은행이 그간 비은행권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가장 부정적인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한은은 ▲대규모 뱅크런(대량 인출) 발생 시 외환 유출 통로가 될 수 있고 ▲화폐 발행에 따른 ‘주조 차익(세뇨리지)’을 상실하며 ▲시중 유동성 조절 등 통화정책의 효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을 꾸준히 우려해왔다. 하지만 통안채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담보물로 지정된다면 상황은 바뀔 전망이다. 만약 이 같은 가정이 현실화된다면 한은이 통안채를 담보로 제공하는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일정한 자격 요건을 부과하거나, 발행 한도를 통제하고, 실시간 모니터링을 요구하는 등 ‘간접 규제’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 핀테크 업계의 혁신을 무작정 막기보다,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실리적 판단이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가 ‘한은의 통제’라는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하는 데는 그만한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K-POP 업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글로벌 2위’ 간다” 현실적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아성을 넘기는 어렵다.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의 태생적 한계다. 하지만 업계는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당장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현금 입출금 대신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경우, 거래 편의성과 속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더 큰 잠재력은 ‘K-컬처’ 시장이다. 전 세계 K팝 팬들이 굿즈나 앨범을 구매할 때 달러 환전이나 복잡한 해외 결제망 대신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게 만든다는 구상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종사자는 “달러 기반 코인 다음가는 ‘글로벌 2위’ 스테이블코인으로 성장할 잠재력은 충분하다”며 “이를 위해선 안정적인 담보물 확보가 선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30 0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