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전격 타결
자동차 관세 日·EU와 같아져
반도체, 대만에 불리하지 않게
의약품·목재 분야 최혜국 대우
민감 농업분야 추가개방 없어
조선업 펀드는 선박금융도 포함
◆ 한미 관세협상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한국 측에서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주미대사 등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 등이 자리했다. 경주 김호영 기자
한미가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양자회담을 통해 관세 협상을 마무리했다. 예상을 깨는 '깜짝 타결'이었다. 전날까지도 협상은 안갯속이었으나 정상회담 당일에 급물살을 탔다는 설명이다.
이날 관세협상 타결은 지난 7월 30일 양국이 큰 틀의 합의를 이룬 지 꼭 2개월 만이다. 다만 미국 측 요구를 대거 받아들이며 투자펀드 현금 비중이 2000억달러(약 280조원)로 결정됐다.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달러로 제한하기는 했지만 펀드 내 현금 비중은 60%를 웃돌면서 외환시장에 장기간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대로 일시에 대규모 현금 투자는 막았다는 점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립경주박물관에서 87분간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관세·안보 협상을 매듭지었다. 정상회담을 마치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을 열어 "미국과 관세 협상 세부 내용에 합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관세 협상 세부 내용의 핵심은 △현금 투자 비중 2000억달러 △현금 투자 연간 상한액 200억달러 △조선업 협력펀드 1500억달러 조성 △투자 수익 5대5 배분이다. 막대한 대미 투자의 대가로 한국은 자동차와 차부품 등의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게 됐다.
먼저 현금 투자 비중을 놓고서는 사실상 미국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애초 한국 정부는 연간 투자액 상한선을 100억달러 초반으로 설정했고, 펀드 내 현금 비중도 30%를 넘기 힘들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대로라면 한국은 10년간 최대 연 200억달러를 대미투자펀드에 분납하게 된다.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KIC) 등 한국 외환시장 큰손들 사이에서 향후 달러 조달 수요가 발생할 경우 외환시장에 작지 않은 충격이 될 수 있는 숫자다. 다만 미국이 8년간 연 250억달러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미국 측 입장도 다소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연간 상한액을 설정하며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해뒀다는 게 우리 측 설명이다.
김 실장은 "대미투자펀드 3500억달러는 현금 투자 2000억달러와 조선업 협력펀드 1500억달러로 구성된다"며 "2000억달러는 일본·미국이 합의한 5500억달러 금융 패키지와 유사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과는 달리 연간 현금 투자액을 제한하는 안전장치를 뒀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2000억달러 투자가 한 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연간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서 투자한다"며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범위에 있으며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로 불리는 조선업 펀드는 한국 기업이 주도하기로 했다. 투자뿐 아니라 보증도 포함된다. 김 실장은 "선박을 건조·도입할 시 장기 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선박금융을 포함해 외환시장 부담을 줄이며 우리 기업의 수주 가능성도 높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산 제품 관세는 대폭 인하될 전망이다. 일본·유럽연합(EU)과 불리한 구도에서 경쟁을 펼쳐왔던 한국 자동차업계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김 실장은 "상호관세 15%는 지속 적용하기로 했으며 자동차 관세도 15%로 인하됐다"고 밝혔다. 반도체는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가 적용된다.
대통령실에서는 3500억달러 투자펀드를 조성하면서도 외환시장 부담을 줄였다는 자체 평가를 내놨다. 김 실장은 "협상 과정에서 한국 외환시장 특수성을 반영해야 하고, 외환시장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적극 설명하며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다.
투자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원금이 보장되는 '상업적 합리성'을 갖춘 사업에만 투자펀드 자금을 쓰겠다는 취지다. 김 실장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는 한미가 수익을 5대5로 배분하기로 돼 있으나 20년 이내에 원리금을 전액 상환받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원금 회수 이후에는 미국이 수익 90%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미국산 쌀·쇠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호소한 덕분이라는 얘기다. 김 실장은 "추가 개방을 철저히 방어했으며 검역 절차를 놓고 양국 협력·소통을 강화하는 정도로 합의를 했다"고 전했다.
AI 요약
한미는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관세 협상을 마무리짓고, 한국의 자동차와 차부품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이번 협상에서 한국은 미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여 2000억 달러 규모의 현금 투자와 연간 200억 달러의 투자 상한을 설정했으며, 이를 통해 외환시장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산 농축산물 시장 개방은 이루어지지 않아 추가 개방 방어에 성공한 점도 강조되었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9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