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째 협상 공전
현금비중·수익배분 이견 팽팽
트럼프 “협상 곧 마무리될 것”
김정관 장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개월여 만에 다시 한번 만남을 가졌지만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이르지 못한 것은 3500억달러(약 495조원) 규모 대미투자펀드의 투자 방식과 현금출자 규모, 투자 시기, 손실 부담 및 이익 분배 방식 등 여러 쟁점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대통령실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 간 만남에 관세협상을 타결해보자는 데 한미 양국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했지만 미국과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며 절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CEO 서밋에 참석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터프한 협상가라고 들었는데, 저희보다 협상력이 덜한 분이면 좋겠다”며 기조연설을 시작했다.
그간의 한미 관세협상 과정이 미국 입장에서도 녹록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김 장관은 관세협상 한국 측 대표 역할을 맡아 미 대표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상대해 협상을 벌여왔다.
실제 양국은 미국 시장에서 한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3500억달러 대미투자펀드를 놓고 큰 입장 차를 보였다. 특히 미국이 연간 200억달러가 넘는 현금을 8~10년간 펀드에 불입할 것을 요구한 데 대해 한국 측은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매년 막대한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조달할 경우 원화값이 폭락하며 경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한국 정부는 투자펀드 연납액을 100억달러 안팎 수준으로 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투자펀드의 투자처를 미국이 결정하겠다고 하는 점도 협상이 교착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의 출자금으로 조성되는 펀드의 투자처를 미국이 결정하도록 할 경우 고위험 투자처로 투자가 집중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고, 이 경우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이 대통령이 대미투자펀드와 관련해 “상업적 합리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투자수익을 반반씩 나누자는 입장인 점도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대미투자펀드는 전액 한국의 현금출자와 지급보증, 대출로 조성되는데 수익의 절반을 미국에 떼어줄 수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는 원금을 회수할 때까지 9대1(한국 대 미국) 비율로 수익을 나누자고 제시했다. 이렇게 해야 원금 회수에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말 ‘한국은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고, 미국은 한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내린다’는 큰 틀의 합의만 했을 뿐 3개월이 지나도록 양해각서(MOU) 등 합의문 체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양국은 상호 간에 MOU 수정안을 주고받으며 협상을 벌이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한두 개 쟁점 사항만 남았다”고 밝히며 협상 타결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최근 미 언론과 인터뷰에서 “투자 방식·규모·시기, 손실 부담 및 이익 분배 방식 등 모든 것이 여전히 쟁점 사항”이라며 협상 전반에 대한 문제 인식을 드러내면서 정상회담 계기에 협상 타결 가능성은 없다는 점을 밝혔다.
이제 관세협상은 이번 한미정상회담 이후로 이어지게 됐다. 양국은 3500억달러에서 현금 비중을 어느 수준으로 할지, 향후 8~10년에 걸쳐 매년 어느 규모의 현금을 펀드에 출자할지, 투자처 의사결정권을 누가 가질지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할 전망이다.
다만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펀드를 트럼프 임기인 2029년 1월까지 모두 집행하기로 한 데 반해 한국은 투자 기간을 트럼프 임기 이후인 8~10년으로 늘리는 데 양국이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국과 무역 합의가 곧 마무리될 것”이라며 타결 가능성을 열어뒀다.
AI 요약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관세협상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다시 만남을 가졌지만, 투자 펀드의 여러 쟁점으로 인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국 정부는 현금 출자의 규모와 손실 분담 방식을 두고 미국과 큰 입장 차이를 보였으며, 이에 따라 논의는 계속 중단된 상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무역 합의가 곧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현했지만, 협상 타결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9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