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 운용·SMR 확대 위해
고농축 우라늄 사용 필수
中과 긴장관계 감수하며
美의 中견제 구상 동참 시사
지지부진한 원자력협정 개정
트럼프 결단땐 고위급委 가동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한국 측에서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주미대사 등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 등이 자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용 고농축 연료 공급 허용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핵잠수함 허용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사항으로 기존 협정에 따라 한국 군은 디젤 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 핵잠수함용 소형 원자로 기술 개발에서 성과를 거둔 상황에서 여전히 잠항 능력이 제한적인 디젤 잠수함을 운용하며 대북 해양 전략 감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도 공개 요청하면서 양국의 잠정적 합의에도 구체적인 후속 움직임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를 두고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에 이르지 못한 상황 탓에 미국이 양국 간 합의에 이른 안보 분야에서도 미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주박물관에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 모두발언 말미에 돌연 “한 가지 말씀을 추가로 드리고 싶다”면서 “핵추진 잠수함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님께서 결단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대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 대통령이 미국에 공개적으로 핵추진 무기체계 개발·도입을 위한 고농축 연료 공급을 요청한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 대통령이 핵추진잠수함 기술이 아닌 ‘핵잠 연료 공급’을 요구한 것은 한국이 이미 핵잠수함용 소형 원자로 기술 개발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2021년 ‘차세대 소형원자로’ 개발을 위해 경주시 감포읍 일대에 문무대왕과학연구소를 착공해 연내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연구소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을 주목적으로 하는데, 이론적으로는 핵추진잠수함에 적용되는 소형원자로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핵추진잠수함 연료 공급에 대해 “우리가 핵무기를 적재한 잠수함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고, 디젤 잠수함의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쪽 잠수함들을 추적하는 활동에 제한이 있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디젤 잠수함의 경우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바다 위로 떠올라야 하지만, 핵추진잠수함의 경우에는 사실상 ‘무한대’의 동력 공급이 가능해 잠항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핵잠 도입이 핵탑재 무기를 운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재래식 전력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밝히며 ‘핵무장’ 우려를 불식하려 했다. 이는 미국이 운용 중인 로스앤젤레스(LA)급 공격핵잠수함처럼 핵무기를 운용하지 않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순항미사일, 어뢰·기뢰 등을 운용하는 수중 전략자산을 갖추겠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해 감시·추적해야 할 대상으로 북한은 물론 ‘중국’의 수중전력도 직접 언급했다. 한국 대통령이 특정 무기체계 확보 구상을 밝히며 북한이 아닌 특정 국가를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 역시 이례적인 경우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중국과의 긴장 관계를 일정 부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식의 모양새를 취하며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대한 목표의식을 강하게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가능하다면,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시면 저희가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해서 한반도 동해, 서해 해역 방어활동을 하면 미군 부담도 상당히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한국이 자체 기술로 핵잠을 건조하고 미국으로부터 안정적으로 핵잠용 연료를 공급받아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부담을 더는 ‘동맹 현대화’에도 기여하겠다는 뜻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 한반도에서 여러분(남과 북)이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겠다”며 “우리가 합리적인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해 당신, 당신의 팀,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과 함께 매우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안보 및 한반도 평화 정책에 대한 협력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 문제 허용 문제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에 속도를 내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8월 말 워싱턴DC 한미정상회담에서 원자력협정 개정 관련 정상 간 합의를 이뤘음에도 개정 추진을 위한 고위급협의체 발족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답답함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2015년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은 한미 간 합의로 미국산 우라늄을 20% 미만으로만 저농축할 수 있다는 점과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핵추진잠수함 운용을 위해서도 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은 “핵연료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 부문에서 실질적 협력이 진척될 수 있도록 지시해주시면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협조를 당부했다.
정책적인 방향성은 합의가 됐으니 실질적인 논의의 동력을 미국 측에서 마련해 달라는 요구로 풀이된다. 외교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 있으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양자 간 고위급위원회(HLBC) 즉시 재가동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HLBC를 통하면 협정 개정 없이도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가 이뤄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미 조선업 협력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이 대통령이 “대미 투자 및 구매 확대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지원하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조선업의 대가(master)가 됐다”며 양국 조선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
AI 요약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용 고농축 연료 공급 허용을 요청하며 새로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디젤 잠수함의 한계로 인해 대북 해양 전략이 부족하다며 핵잠수함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이는 군사력 강화 뿐 아니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그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문제에 대한 협력을 촉구하며 한미 간 실질적인 논의의 진전을 요구했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9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