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8년만에 국빈방한 트럼프에
공항서부터 예포 21발 환대
박물관엔 트럼프 굿즈 전시
오찬 메뉴엔 황금빛 디저트
맞춤형 의전으로 환심 사기
87분 회담, 기자회견은 없어
◆ 경주 APEC ◆
거수경례하는 트럼프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경주 김호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국빈으로 맞이하고 한국 정부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서훈했다. 또한 특별 제작한 신라 시대 금관 모형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하면서 '최고 예우'로 극진히 대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빈방한한 것은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 두 차례에 걸쳐 국빈방한한 외빈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하다.
일본에서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출발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전 11시 35분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하자 우리 정부는 예포 21발을 발사하며 환대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 헬기 '마린원'으로 갈아타고 경주 보문단지 내 보조헬기장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에서 전용 리무진 '더 비스트'를 타고 이동했다.
오후 2시 10분께 한미정상회담 장소인 국립경주박물관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어깨를 두 차례 두드리며 친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푸른색 넥타이를 맨 트럼프 대통령은 다소 무거운 얼굴로 일정을 소화했다. 이 대통령은 황금빛 넥타이를 착용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맞이했다. 훈민정음 문양이 있는 해당 넥타이는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특별히 제작됐다.
한미 정상은 경주박물관 천년미소관에 함께 들어선 이후 공식 환영식에 이어 △트럼프 굿즈 관람 △훈장 서훈 △금관 관람의 일정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공존·번영의 의미를 담아 무궁화대훈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훈했다. 무궁화대훈장은 한국 정부 최고 훈장으로, 미국 대통령에게 서훈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하고 피스 메이커(Peace Maker·평화 조성자)로서 역할을 당부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특별 제작한 신라 시대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로 준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굳건한 동맹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훈장이) 아주 아름답고 당장 착용하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관 선물에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수행원에게 "백악관 박물관 첫 줄에 소장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경주박물관에 별도 공간을 꾸려 '트럼프 굿즈'도 전시했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문구가 적힌 빨간 모자를 비롯해 사진집·성경·코인·향수 등을 진열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요 색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금색'이 채택된 점도 눈길을 끈다. 이 대통령이 황금빛 넥타이를 맸을 뿐만 아니라 신라 금관 모형, 황금빛 디저트가 정상회담장 곳곳에 놓였다. 오찬 메뉴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적극 반영했다. 전국 각지 특산물에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을 고려한 퓨전 한식이 제공됐다. 신안 새우와 고흥 관자, 완도 전복 등 한국 해산물에 트럼프 대통령의 고향인 미국 뉴욕의 성공 스토리를 상징하는 사우전드아일랜드 드레싱이 어우러진 전채 요리가 제공됐다.
메인 식사는 경주 햅쌀로 지은 밥과 공주 밤, 평창 무와 당근, 천안 버섯에 미국산 갈비를 사용한 갈비찜으로 한국과 미국의 풍미를 한데 조화시켰다. 이어 한미 동맹의 황금빛 전성기를 기원하며 금으로 장식한 브라우니와 감귤 디저트를 선보였다. 특히 디저트 접시에 'PEACE!'를 깜짝 레터링해 '피스 메이커'와 '페이스 메이커'를 약속했던 한미 정상의 첫 번째 만남을 상기시키는 의미를 담았다.
오찬장 장식에는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아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찬장에 평화의 의미를 담은 꽃인 피스 릴리를 배치했다"며 "국제 평화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이 한반도에서도 꽃피우기를 기원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점심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특별 만찬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했다. 영월 오골계와 트러플을 곁들인 만두에 경주 천년한우 등심과 경주 남산 송이버섯, 구룡포 광어에 지리산 청정 지역에서 양식된 캐비아를 곁들인 최고급 양식 만찬이 코스로 제공됐다. 만찬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에릭 트럼프가 운영하는 와이너리의 술인 트럼프 샤르도네, 트럼프 카베르네 소비뇽이 준비됐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양국 경제·외교 분야 참모진이 총출동한 가운데 이날 오후 2시 39분에 시작해 4시 6분까지 87분간 진행됐다.
한국 측에서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경제·외교 라인 참모들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배석했다.
그러나 회담 종료 후에 별도 합의문 발표나 공동 기자회견이 열리지 않았다.
AI 요약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국빈으로 맞이하고 무궁화대훈장을 서훈하며 극진한 환대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굳건한 동맹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며 훈장과 신라 시대 금관 모형 선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상회담 후 별도의 합의문 발표가 없었던 가운데, 두 정상은 경제·외교 각 분야의 주요 인사들과 함께 회의를 진행했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9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