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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혼자선 역부족"… K패션 성공공식 된 해외 편집숍

헤드라인 2025-10-29 08:09 매일경제 원문 보기
생존 기로에 놓인 K패션 국내 패션 산업이 다시 한번 변곡점에 섰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급성장했던 K패션은 이제 고물가와 내수 침체라는 현실의 벽 앞에 서 있다. 특히 신선한 크리에이티브와 감각적인 브랜딩으로 10·20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생존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K패션의 글로벌 진출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급성장 코로나19 시기 폭발적으로 성장한 온라인 쇼핑은 패션 유통의 구조 자체를 뒤흔들었다. 대형 플랫폼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파는' 종합몰이 성장하는 동시에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 등 특정 카테고리를 전문적으로 다루며 고객에게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버티컬 스토어'가 급부상했다. 패션 업계에서도 오프라인 매장을 매개체로 고객에게 브랜드를 알렸던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브랜드 패션 카테고리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운영에서 벗어나 디지털 소셜미디어 기반으로 빠르게 변하는 고객 니즈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유연하게 움직이며 소비자 니즈에 대응한 것이 바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다. 이들은 무신사 같은 온라인 패션 버티컬 플랫폼에 입점했다. 거기서 단순 판매에 그치지 않고, 10·20대 남녀 고객이 어떤 스타일, 카테고리, 상품, 컬러 패턴을 좋아하는지 무신사 랭킹, 콘텐츠 등 데이터를 끊임없이 분석했다. 온라인 패션 버티컬 플랫폼에서 깊이 있게 축적된 상품 구매 후기와 고객 피드백을 연구하고 이를 디자인과 생산에 반영했다. 고객들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이들 브랜드에 관심과 애정을 쌓게 됐다. 이런 팬심은 결국 재구매와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을 만들었다. 디자이너 브랜드를 향한 러브콜 팬덤이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쟁력은 곧 오프라인 유통사들의 러브콜로 이어졌다. 젊은 고객 유입이 절실한 유통사는 패션 매장을 리뉴얼하면서 자연스럽게 무신사 랭킹 상단을 차지한 디자이너 브랜드를 적극 유치했다. 실제로 주요 백화점의 영캐주얼 존에는 디스이즈네버댓, 인사일런스, 쿠어 등 무신사에서 높은 팬덤을 자랑하는 브랜드가 자리 잡았다. 하지만 디자이너 브랜드의 오프라인 스토어 운영은 기존 제도권 브랜드와 확연히 달랐다. 전국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는 대신 핵심 상권에 소규모 매장을 운영하면서 중심축은 여전히 온라인 커뮤니티와 디지털 소통에 두는 전략을 펼쳤다. 고객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디자인과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새 오프라인 패션 편집숍의 등장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에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디자이너 브랜드에는 여전히 장벽이 높았다. 매출이 고정비를 커버하지 못하면 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손익 구조를 고려해야 하는 작은 브랜드는 진출이 쉽지 않았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새롭게 등장한 것이 무신사 스토어의 오프라인 편집숍이다. 브랜드 패션을 한자리에 모아서 소개하는 편집숍은 디자이너 브랜드가 개별 매장을 운영할 때 드는 고정비 부담을 덜어 실패에 따른 기회비용의 리스크를 줄여줬다. 재무적인 안정성을 제공하고 오프라인 고객 접점을 확대할 기회를 제공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한번에 다양한 브랜드의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어 좋은 기회였다. 온라인 스토어의 리뷰·스냅사진·멤버십 혜택 등을 오프라인으로 그대로 연결해 고객 경험도 확장됐다. 출구가 필요한 패션 이커머스 시장 한동안 급성장하던 온라인 쇼핑 시장은 2022년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둔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22년 216조원, 2023년 242조원, 2024년에는 259조원으로 표면적으로 성장했지만, 전년 대비 증감률은 2022년 13.6%, 2023년 12%, 2024년 7.1%로 감소세를 보였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차별화된 만족감'을 제공하지 못하는 플랫폼은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실제로 패션 플랫폼 업계에서도 불황을 피하지 못하고 경영난에 직면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020년대 초 급성장했던 명품 플랫폼은 규모를 줄이거나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저단가 상품 중심의 온라인 패션몰도 해외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 속에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으로 오프라인까지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무신사와 29CM는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패션 업계 불황은 자연스럽게 고객을 국내로 한정하지 않고 해외로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마뗑킴, 락피쉬웨더웨어, 이미스 등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브랜드의 공통점은 모두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점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패션 유통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개별 브랜드뿐만 아니라 무신사, W컨셉, 현대백화점 등도 파트너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위한 글로벌 지원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눈에 띄는 K패션 성장세 글로벌 패션 시장은 한국보다 50배 이상 큰 기회의 땅이다. K콘텐츠의 인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며 'K뷰티' 다음으로 'K패션'이 차세대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해외 현지에서 고객이 K패션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물리적 채널은 부족하다. 그 결과 해외 소비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 브랜드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글로벌 소비자 사이에서 소셜미디어 참여도가 가장 높은 카테고리가 바로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것이다.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무신사 스토어 같은 패션 편집숍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글로벌 특화 매장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50%에 달한다. 이는 K패션이 단순히 '트렌드'가 아니라 글로벌 소비자에게 신선한 문화적 경험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디자이너 브랜드를 중심으로 K패션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적기라는 의미다. 무신사가 운영한 B2B(기업 간 거래) 수주회에 참석한 일본·중국 등의 유통 바이어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K패션의 특징은 '디자인' '소셜미디어' '트렌드'로 요약된다. 글로벌 장벽 뛰어넘는 파트너십 하지만 현실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내수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에 해외 진출은 여전히 높은 벽이다. 전문 인력과 자본이 부족해 현지화된 브랜딩·마케팅·물류 시스템을 갖추기 어렵고, 단일 브랜드 힘으로 각국의 지식재산권 보호나 안전성 인증 같은 규제 대응도 쉽지 않다. 특히 실패했을 때 기회비용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과 자본력이 충분치 않은 디자이너 브랜드는 도전이 쉽지 않다. 이에 플랫폼 기업들이 나서고 있다. 무신사는 글로벌 진출을 희망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위해 다양한 '지원 패키지'를 개발하고 있다. 브랜드는 디자인과 제품 품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물류·인증·상표권 등록 등 진출 인프라스트럭처를 플랫폼이 대신 구축하거나 브랜드가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컨설팅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무신사 풀필먼트 서비스(MFS)'는 브랜드가 재고를 위탁하면 국내외 스토어 판매를 통합 관리해주는 물류 서비스다. 이는 중소 브랜드의 비용과 인력, 리소스 전문성 부담을 크게 낮춰준다. 여기에 국가별 상표권 등록, 인증 컨설팅 및 인공지능(AI) 기반 상품 등록 지원 등을 포함한 통합 솔루션도 개발하고 있다. 핵심은 디자이너 브랜드는 상품을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무신사와 같은 글로벌 파트너사가 나머지 요소를 대행한다는 점이다. 즉 브랜드가 글로벌 진출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고 실패 요인을 줄여 K패션의 글로벌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생태계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파트너로서 '협력'의 의미를 갖는다. K패션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품질과 안전성, 그리고 지식재산권 보호가 필수적이다. 무신사와 같은 플랫폼은 브랜드가 개별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이 문제를 집단적으로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해외 파트너는 국내 브랜드와 계약이 끝났을 때 '남'으로 남지만, 무신사와 같은 국내 플랫폼은 만약 해외에서 단기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여전히 국내 사업의 '동반 파트너'인 만큼 브랜드로서 신뢰가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브랜드의 해외 진출은 단독 진출이 아닌 '파트너십 기반의 진출'로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협력 사례도 구체화되고 있다. 무신사는 2021년 일본 시장을 시작으로 현재 13개 지역에서 3000여 개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안타스포츠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티몰 내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연말에는 상하이의 '안푸루(安福路)'에 오프라인 편집숍을 개점할 예정이다. 글로벌 진출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은 결국 '현지화'와 '신뢰'다. 각국의 소비 문화와 유통 구조를 이해하고, 브랜드의 세계관을 그 언어로 풀어낼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동시에 제품 품질과 안전성, 물류 서비스 등 보이지 않는 영역의 완성도가 브랜드의 지속성을 좌우한다. K패션이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선 '디자이너 브랜드의 감성과 파트너의 시스템'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지금 K패션은 세계 무대의 문 앞에 서 있다. 한류의 확산으로 만들어진 기회의 창은 그 어느 때보다 크지만, 동시에 경쟁도 치열하다. 무신사를 비롯한 글로벌 파트너와 디자이너 브랜드의 협력이 더 정교해질수록 'K패션'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하나의 산업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최재영 무신사 부사장]
본문 수집 시각: 2025-10-29 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