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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 내신에 교육과정 벗어난 ‘킬러문항’…“강남·서초 고교가 주도”

헤드라인 2025-10-29 05:49 매일경제 원문 보기
AI 요약

올해 고1 중간고사에서 수학과 영어 시험에 교육과정을 벗어난 고난도 문항이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교육 과열지구와 의대 및 서울대 진학 실적이 높은 학교에서 이와 같은 경향이 두드러졌으며, 이로 인해 학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교육과정 준수를 촉구하며 고교 내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을호 의원·사교육걱정없는세상 16개 고교 내신 기출문제 분석 문항 18.4%가 교육과정 벗어나 학원이 밀집한 서울 대치동 골목. 한주형 기자 올해 치러진 고1 중간고사 수학과 영어 시험 문제에 국가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넘어선 ‘내신 킬러 문항’이 버젓이 출제 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교육 과열지구인 강남과 서초구에 있는 학교와 의대및 서울대를 많이 보낸 학교일수록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 출제 비중이 높았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전국 16개 고등학교의 2025년 1학기 내신 기출문제 중 수학과 영어 과목의 고교 교육과정 준수 여부를 분석한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고교내신이 상대평가인 상황에서 등급을 가르기 위해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고난도 문항이 출제되고, 학교 수업만으로 이를 대비하기 어려워 결국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는 모순된 실태를 규명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대상 학교는 사교육 과열지구인 강남구와 서초구, 비사교육 과열지구인 구로구와 금천구에 있는 8개교와 의대·서울대 진학 상위 10개교 중 일부 중복을 포함해 총 16개교를 분석했다. 16개 고교의 고1 수학 내신 분석 결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분석 결과 수학의 경우 16개 고교 모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을 출제했다. 총 370문항 중 18.4%에 해당하는 68개 문항이 교육과정을 벗어난 것으로 판정됐다. 서울의 사교육 과열지구와 비사교육 과열지구 고교간 비율을 비교해보면, 서울의 사교육 과열지구인 강남구, 서초구 4개교(A·B·E·F고)의 평균 비율은 17.7%로 비사교육 과열지구인 구로구, 금천구의 4개교(L·M·J·K고)보다 약 6%포인트 높았다. 의대와 서울대 진학 실적이 높은 8개교(C·D·G·H·I·N·O·P)의 경우,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 비율이 25.2%로 16개교 평균(18.4%)보다 6.8%포인트 높았다. 자사고·특목고에 해당하는 8개교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것으로 판정된 문항 비율은 평균 20.8%로 16.0%인 일반고 8개교의 평균보다 4.8%포인트 높았다. 서울 소재 사교육 과열지구 4개교와 대입실적 상위 1개교를 제외한 일반고 3개교의 경우 교육과정을 벗어난 것으로 판정된 문항 비율의 평균은 11.1%였다. 즉 자사·특목고 8개교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것으로 판정된 문항 비율은 일반고 대비 약 10%포인트 높은 셈이다. 16개 고교 고1 중간고사 영어 시험범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어의 경우 교과서의 수준을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으로 간주하고 내신시험 수준과의 격차를 비교했다. 영어교과서와 내신시험의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ATOS 지수를 활용했다. 이 지수는 평균 문장 길이, 평균 단어 길이, 어휘 난이도, 단어 수 등 지문 복잡성을 고려해 미국 교과서 몇 학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공인된 지수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영어의 경우 수학과 달리 교육과정 성취기준과 성취수준이 모호해 내신시험의 교육과정 준수 여부를 판정하기가 현실적으로 여려워 이같이 비교했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16개 고교가 채택한 ‘공통영어Ⅰ’ 교과서 8종의 최고 수준 평균은 미국 중2 수준이었으나 중간고사의 최고 수준 평균은 미국 고3 수준으로 내신시험이 교과서보다 4개 학년 가량 수준이 높은 것으로 판정됐다. 고교유형별 영어 내신 시험 수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과서와 내신시험의 수준 차이가 가장 큰 고교는 서울 강남구에 소재한 사립 B고로 교과서 최고 수준은 미국 중1(7.21학년)이었으나, 내신시험의 최고수준은 대학 2학년(13.97학년)으로 무려 6.76학년 차이가 났다. 다음으로 격차가 큰 학교는 의대 진학 상위 5개교 중 한 곳인 D고로, 교과서는 미국 중2(7.35학년) 수준이었으나 내신시험은 미국 대학 1학년(12.77학년) 수준으로 5.42학년 차이가 났다. 16개교 모두 교과서 최고수준보다 내신시험의 최고 수준이 1개 학년 이상 높았다. 뿐만 아니라 교과서와 내신시험의 수준 차이가 3학년 이상으로 판정된 고교가 11곳(B고, D고, J고, F고, K고, A고, O고, C고, P고, N고, M고)에 달했다. 서울의 사교육 과열지구와 비사교육 과열지구 내신시험의 수준을 살펴보면 사교육 과열지구인 강남·서초구 4개교의 평균 수준이 8.89학년으로 비사교육 과열지구 평균 수준인 7.63학년보다 1.26학년 더 높았다. 최고 수준 역시 사교육 과열지구 4개교가 12.18학년으로 비사교육 과열지구인 구로·금천구 4개교의 11.63학년보다 0.55학년이 더 높았다. 고교유형별로는 살펴보면 내신시험의 평균 수준은 외국어고(9.06학년)-자사고(8.94학년)-일반고 사립(8.73학년)-일반고 공립(8.01학년) 순으로 외국어고와 자사고가 일반고보다 확실히 어려운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시험의 최고 난이도를 비교하면 사립 일반고가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외국어고, 자사고, 공립 일반고 순이었다. 일부 사립 일반고는 특목·자사고보다도 더 어려운 영어시험을 낸 셈이다. 의대 및 서울대 진학 상위 8개교 내신시험의 평균 수준은 9.10학년으로 나머지 8개교 평균인 8.26학년보다 0.84학년이 더 높았으며, 최고 수준은 12.02학년으로 나머지 8개교 평균 11.90학년을 소폭 웃돌았다. 내신시험이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서 출제되는 문제가 지속될 경우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이처럼 내신시험이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서 출제되는 문제가 지속될 경우 학생들은 대입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되며 공교육에 대한 신뢰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교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수능 출제 방향을 고교 교육과정에 부합하도록 쇄신하는 제도 개선을 시급히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9 1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