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절창' 출간 구병모
타인의 상처에 손을 대면
생각·감정 읽는 여성 다뤄
'인간에 대한 이해 가능한가'
3인의 갈등으로 묵직한 질문
장편 '파과' 최근 영화화도
신작 소설 '절창'을 발표한 구병모 작가. 제목은 '베인 상처'라는 뜻이다. 문학동네
우리 모두는 타자 앞에서 길을 잃는다. 내면을 숨기려는 사람과 읽어내려는 사람 간의 끝없는 추격전 끝에 손에 쥐는 건 한줌의 정보뿐. 헤맬 수밖에 없는 미지의 미로 속에서 타인의 '상처'를 알아차릴 수 있다면 우리는 과연 온전하게 그를 이해할 수 있을까.
지난달 신작 장편소설 '절창(切創)'으로 돌아온 16년 차 소설가 구병모 작가는 작품을 통해 명쾌한 답을 내린다. 타인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끊임없이 누군가를 읽으려는 것 또한 인간의 본능이라고. 그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오독은 사람이 둘 이상 존재하는 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타인에 대한 탐구와 이해에 도전하는 것은 논리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본능일 뿐"이라고 말했다.
2009년 장편소설 '위저드 베이커리'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한 구병모는 공상과학(SF), 판타지, 미스터리, 리얼리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내놓는 작품마다 '파격'을 선보이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특유의 시니컬한 만연체와 몽환적인 묘사로 인간과 세상의 이면을 비추는 그의 작품 세계는 '절창'에도 구현됐다. 지난달 17일 출간되자마자 주요 서점(교보문고·알라딘·예스24)에서 소설 부문 1위를 차지했으며,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1~2위를 수성하고 있다.
'절창'에는 타인의 상처에 손을 대면 생각과 감정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보육원 출신 여성 '아가씨'가 등장한다. 남성 사업가 문오언은 그녀를 감금해 '어둠의 비즈니스'에 이용한다. 동시에 그녀에게 이해받고 싶어 자해를 일삼는다. 문오언의 손에 남편을 잃은 '독서교사'는 아가씨의 전담 교사로 위장 취업해 복수를 꿈꾼다. 세 사람이 얽히고설키며 갈등을 빚지만, 각자의 속내와 상처는 좀처럼 노출되지 않고 읽히지도 않는다. 구 작가가 아가씨의 사이코메트리(초감각능력)의 매개로 '상처'를 택한 배경이다. 누군가를 읽고 이해하는 건 "언제나 원하는 때에, 원하는 대로 할 수 없는 일"이어서다.
"소설은 표면적으로 상처를 읽는 행위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그것은 인간 읽기의 '대유법'이지요. 사람을 읽는 것은 책 읽기에서 오독이 뒤따르는 것만큼이나 불완전함을 전제로 합니다. 언제까지나 서로를 읽을 수 없고, 읽는다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죠."
인간은 언제까지나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메시지는 이야기 전개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사업가 문오언은 아가씨와 독서교사의 말에서만 등장한다. 아가씨와 독서교사도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충분히 들려주는 법이 없다. 가령 보육원 출신인 아가씨가 성인이 되어 문오언을 찾아온 이유는 타자인 독서교사의 말을 통해 전해진다. 구전(口傳)의 왜곡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자 의도적으로 정보를 제한하는 작법이다. "일부 정보를 감추거나 다수 정보를 착각하게 만드는 서술 트릭의 일종이었어요. 소설의 전체 줄기를 이루는 오독과도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구 작가 특유의 만연체에 내용과 형식 모두 '오독'을 전제로 쓰인 복잡한 소설이 이렇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 작가는 2013년 출간된 자신의 장편소설이자 베스트셀러 '파과'를 언급했다. 은퇴를 앞둔 60세 여성 킬러를 소재로 고독과 상실, 연민을 탐구한 '파과'는 올해 4월 민규동 감독의 장편 상업영화로 재탄생했다. 그의 작품이 영화화된 건 '파과'가 최초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이 원작자의 신작도 주목하면서 '파과'의 인기와 '절창' 간에 화학작용이 일어났다는 게 구 작가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절창'은 영화화에 적합한 작품이 될 수 있을까.
"그 분야(영화)에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 적극적인 의견을 갖고 있지는 않아요. '인연이 닿으면 자연스럽게' 그 정도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세히 읽기 시작하면 저의 소설이 상업영화화에 최적화된 텍스트는 아니라는 얘기를 종종 들었습니다. 민 감독님이 '파과'의 시나리오를 136회 개고했다는 사실이 그 막막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AI 요약
구병모 작가는 신작 소설 '절창'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주제를 다루며, 인간의 본능으로서 타인을 읽으려는 노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타인의 상처를 이해하려는 세 인물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통해, 오독의 불가피성을 드러내고 있다. '절창'은 출간 직후 주요 서점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얻고 있지만, 구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영화화에 최적화된 텍스트는 아니라는 생각을 내비쳤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8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