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으로

[단독] 보유세 올리면 지자체만 혜택…양도세 낮추면 국세 펑크

헤드라인 2025-10-26 08:51 매일경제 원문 보기
AI 요약

정부는 부동산 세제 개편을 위해 연구 범위를 확대하며, 보유세와 거래세의 조정이 세수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부동산 세제의 정합성을 고려하여 조정 방향을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특히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의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관계 부처 및 지자체와의 조율이 필수적이다.

정부, 세제개편 범위 확대 중앙서 걷어 지방 주는 종부세 인상땐 기초단체에 세수 쏠림 "지자체 교부기준까지 손봐야" 취득세 낮추면 광역단체 비상 세입 25조 줄어들어 재정 타격 "부동산 세제는 판도라 상자" 정부, 지방선거 이후 결론낼듯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가 올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 범위를 취득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의 지방자치단체 교부 기준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세금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한주형 기자 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 연구 범위를 대폭 확대하려는 것은 보유세와 거래세가 세목별로 국세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세 세수와도 밀접하게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세제를 손질할 경우 세수 구조 전반에 연쇄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부동산 세제가 국세·지방세, 광역·기초단체, 부처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판도라의 상자'와 같아 개편 방향에 따라 예상하지 못한 재정 불균형이나 정책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연구용역 발주 초기 단계부터 관계 부처 협의체 구성 등 사전 정지 작업을 병행하며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포석이다. 26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부가 개편 대상으로 삼는 세목은 취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제 전반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기자들과 간담회하는 자리에서 "취득·보유·양도 단계에서의 부동산 세제를 전반적으로 어떤 정합성을 가지고 끌고 가야 할 것인지를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 그는 보유세 개편에 대해선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보유 부담은 낮고 양도세 부담이 커서 거래가 막히는 '록인(lock-in·매물이 나오지 않는) 효과'가 심각하다"면서 "집을 들고 있으면 부담이 많이 되고 쉽게 팔 수 있으면 지금처럼 보유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놓고 시장에서는 정부가 보유세 인상, 거래세 인하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쏟아졌다. 하지만 구 부총리가 밝힌 정합성은 단순히 보유세는 상향 조정하고, 거래세는 하향 조정하는 방식이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세제는 손을 대는 순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대목은 세율 조정이 세수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종부세 세율을 올리면 종부세 세수가 늘어난다. 종부세는 국세지만 전액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에 교부한다. 따라서 종부세율 인상은 국가 재정보다 기초단체 재정 확보에 직결된다. 종부세를 올리는 대신 소득 역진적이어서 재분배 효과가 떨어지는 재산세를 낮출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 중앙정부는 이해관계가 없다. 대신 시·군·구에서 크게 반발할 수 있다. 재산세는 시·군·구에서 직접 징수해서 지방 재원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올해 예산 기준으로 17조4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서울시는 이번 세제 개편 논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다른 광역자치단체와 달리 서울시는 재산세 일부를 '공동과세' 형태로 시 차원에서 배분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재산세 수입이 많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는 시 재정에 편입되는 구조에 꾸준히 불만을 제기해왔다. 재산세를 인하하면 서울시와 기초단체 모두 세수 감소를 겪게 되고 반대로 재산세를 인상하고 취득세를 인하할 경우 서울시는 줄어든 취득세 수입을 재산세로 일부 보전할 여지가 생긴다. 이처럼 세목 간 조정 방향에 따라 광역·기초단체 간 이해 충돌이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지방 재원 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취득세 개편은 뜨거운 감자다. 정부가 보유세를 올리고 거래세를 낮추는 것으로 방향을 잡으면 취득세 역시 낮추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이 경우 취득세 귀속 주체인 광역단체가 반발할 수 있다. 올해 전국 광역단체의 세입 예산 215조원 가운데 취득세 수입은 25조2000억원으로 약 12%를 차지한다. 아울러 종부세와 재산세를 통합하는 방안도 이번 연구용역에서 검토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두 세목을 통합할 경우 국세로 유지할지, 지방세로 전환할지부터 결정해야 하며 국세로 할 경우에는 지자체에 얼마를 교부할지, 또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간 배분 구조를 어떻게 조정할지도 핵심 쟁점이 된다. 정부 관계자는 "각 세목은 광역단체는 물론 기초단체 재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보유세와 거래세의 세율 조정뿐만 아니라 징수된 부동산 세금을 어떤 기준으로 어느 단위의 지자체에 배분할 것인지도 연구용역에서 함께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인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그 지역에서 거둔 걸 그 지역에서 쓰는 게 보유세의 원칙인데, 종부세는 수도권에서 거둬서 지방에 내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때문에 종부세가 어떻게 쓰이는지 제대로 파악이 안 된다. 종부세를 거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종부세 재원을 쓰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 범위가 확대되면서 정부 용역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동시에 관계 부처 간 협의는 물론 지자체와의 조율도 필요하다. 한편 연구용역과는 별도로 공시가격 현실화율(공시가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은 세제 개편과 무관하게 정부가 언제든지 단독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으로 꼽힌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6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