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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명만 받습니다…만다린·포시즌스 박차고 나온 그가 고집하는 럭셔리 [호텔 체크人]

헤드라인 2025-10-26 07:12 매일경제 원문 보기
■ 올리비에 지보 트윈팜스 총지배인 대형 체인 떠나 독립 호텔을 택한 배경 트윈팜스가 구현한 어포더블 럭셔리 경험→디자인→위치로 설계하는 호텔 올리비에 지보(Olivier Gibaud) 트윈팜스 호텔&리조트 총지배인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트윈팜스 호텔&리조트는 태국 푸껫을 기반으로 한 현지 럭셔리 호텔 브랜드다. 2000년대 초반 론칭 이후 20년 넘게 입지를 굳혀왔다. 현재 △트윈팜스 수린 비치 푸켓 △트윈팜스 몬타주르 푸켓 리조트 △트윈팜스 텐티드 캠프 푸껫 등 3곳을 운영한다. 내년엔 럭셔리 트리하우스 개장을 앞뒀다. 3곳의 호텔은 모두 전세계 우수 부티크 호텔이 소속한 SLH(Small Luxury Hotels of the World) 멤버다. SLH 호텔은 고급스러움을 기본으로 호텔 정체성이 있는지, 경영자 철학을 호텔에 고루 반영했는지 등 70개 이상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한다. 가입 뒤에도 지속적인 서비스 점검과 평가를 받아 품질 유지는 필수다. 올리비에 지보(Olivier Gibaud) 총지배인은 세 호텔을 모두 총괄하는 베테랑 호텔리어다. 스위스 로잔 호텔경영대학교(Ecole hôtelière de Lausanne)를 졸업한 그는 만다린 오리엔탈과 포시즌스에서 주요 직책을 역임했으며, 2004년 트윈팜스 설립과 함께 총지배인으로 자리를 지켜왔다. 여행플러스는 그를 만나 호텔이 추구하는 방향과 운영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만다린 오리엔탈, 포시즌스 등에서 일하다가 왜 독립 호텔을 선택했나? 대형 체인 호텔과 독립 호텔에서 일하는 가장 큰 차이는. 커리어 초기에 셰프로 시작했다가 로잔 호텔스쿨을 졸업하고 자연스럽게 글로벌 체인으로 갔다. 대형 호텔 체인에서 경력을 쌓았는데 어느 순간 더 이상 흥미가 없었다. 정해진 기준과 절차를 반복하는 일 안에서 내가 누구인지 점점 흐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경험이 쌓이면서 내가 믿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싶다는 확신이 생겼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틀을 따르는 운영이 아니라 옳다고 믿는 라이프스타일과 서비스 감각으로 호텔을 만들고 싶었다. 그 무렵 트윈팜스 오너인 칼을 만났다. 처음 봤을 때 이곳은 완공도 되지 않은 공사 현장이었는데 칼은 ‘건물에 영혼을 넣을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제가 가야 할 방향이 명확해졌다. Q. 20여 년 전 호텔 오너인 칼 랑켄쇠드(Carl Langenskiöld)와 함께 트윈팜스를 시작했는데 과정은 어땠나. 올리비에 지보(Olivier Gibaud) 트윈팜스 호텔&리조트 총지배인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지금도 오너와 직접 일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헤드오피스도 없고 미들오피스도 없다. 결정권자가 단 한 명이면 속도도 다르고 책임도 분명해진다. 오너가 총지배인을 신뢰하면 그 호텔 주인처럼 일하게 된다. 내부에서 사람들이 나를 오너라고 착각할 정도다. 주인처럼 생각하면 행동이 달라진다. 고객, 직원, 그리고 오너까지 모두 같은 무게로 고려하게 된다. 또 하나 큰 차이는 속도다. 칼은 바로 답한다. 보고서도 회의도 필요 없다. 방향이 맞다고 판단되면 그냥 간다. 지금 같은 시대에는 그게 곧 경쟁력이고 생존력이라고 생각한다. 하루 중 가장 오래 붙어 있는 사람이 칼이다. 아내보다 더 많이 본다. 같이 이야기하고 같이 고민하고 같이 만든다. 22년 동안 붙어 있으니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 보면 서로 이해한다. 칼은 운영에 간섭하지 않고 존중한다. 느낌을 공유할 때도 ‘이렇게 느꼈다’ 정도만 말하고 결정은 내게 맡긴다. Q. 트윈팜스가 ‘어포더블 럭셔리(Affordable luxury)’로 불리는데, 스스로 어떻게 정의하나. 흥미로운 질문이다. 어포더블 럭셔리는 ‘합리적인 가격에 누리는 진짜 럭셔리’라고 본다. 비싸서 특별한 게 아니라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이면서도 지나친 가격 부담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럭셔리다. 누구나 조금만 마음먹으면 닿을 수 있는 감각에 가깝다. 우리가 중요한 기준으로 두는 건 경험의 수준이다. 어떤 시기에 오든 서비스 수준과 만족감은 같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 철학을 내부에서는 가능성, 새로움, 그리고 기쁨(Infinite, Discovery, Delight)이란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한다. 이걸 고객에게 설명으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실제 체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다. ‘어포더블 럭셔리’는 시설이 아니라 ‘머무는 순간에 느껴지는 감정’이고 그걸 운영 기준으로 두고 있다. Q. 새로운 호텔을 만들 때 먼저 고려하는 기준은 위치, 디자인, 고객 경험 중 무엇인가. 트윈팜스 몬타주르 푸켓 리조트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호텔을 세울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위치가 아니다. 경험이 먼저다. 고객이 그곳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 어떤 순간을 겪게 될지부터 출발한다. 감정의 형태가 선명해져야 그다음 단계가 열린다. 그때 비로소 그 경험에 어떤 디자인이 맞는지를 고민하게 되고 가장 마지막에 장소가 결정된다. 순서는 언제나 같다. 경험, 디자인, 위치다. 여러 공간을 운영할수록 이 원칙은 더 중요해진다. 같은 브랜드 아래 있는 네 곳이 모두 비슷하면 손님은 굳이 선택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서로 다른 장소에 전혀 다른 공기를 깔아야 손님이 자신의 취향과 감각으로 방향을 잡는다. 텐티드 캠프가 태어난 구조도 같았다. 해당 부지가 있어서 만든 게 아니라 먼저 만들고 싶은 캠프 이미지를 정했다. 그 세계에 어울리는 텐트를 찾기 위해 직접 여러 나라를 다녔다. 아프리카와 인도 등지를 수년 동안 돌아다니며 모색했고 결국 인도네시아에서 지금의 형태를 발견했다. 구현해야 할 경험을 먼저 세우고, 그 경험을 담을 수 있는 제품을 확보하고, 마지막에 그 세계를 어디에 둘지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Q. 한국인 고객에게는 어떤 체류 방식을 추천하나. 트윈팜스 수린 비치 푸켓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현재 찾아오는 한국인 여행객 대부분 커플이다. 허니문 한정이 아니고 일주일 정도 휴가를 온다.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방식은 두 공간 이상을 조합하는 여행이다. 몬타주르 같은 비치 리조트에서 며칠 머무르고, 텐티드 캠프로 와서 쉬는 걸 추천한다. 그렇게 하면 브랜드를 다층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스위스인에게는 전혀 다르다. 스위스인은 이동을 싫어하기 때문에 한 곳에서 열흘 머물라고 조언한다. 유럽인과 호주인도 비슷하다. 햇볕과 바비큐, 고정된 하나의 리듬을 오래 유지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국적마다 여행의 호흡이 다르다. Q. 침대가 비밀 병기라고 말한 이유가 궁금하다. 객실 내부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매트리스 완제품을 사오지 않는다. 조합한다. 라텍스와 스프링, 내장재, 직물까지 각각 다른 회사에서 최적의 소재를 가져와 공장에 보내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조립한다. 완제품을 사는 구조가 아니라 레시피를 만드는 방식이다. 그래서 이 매트리스는 트윈팜스만 쓴다. 브랜드 전용 사양이다. 침구 세팅도 일반 방식과 다르다. 매트리스 위에 매트리스 프로텍터, 그 위에 토퍼, 그 위에 시트를 깔고, 듀베를 다시 시트로 감싸 덮는다. 손님은 실제로 이불에 닿는 것이 아니라 시트 두 겹 사이에 들어가서 잠을 잔다. 촉감이 다른 이유가 거기 있다. 우리가 매일 교체하는 건 이불 커버가 아니라 바닥 시트다. 탑 시트는 거의 몸에 닿지 않기 때문에 위로 올려 쓰고, 몸이 닿는 바닥 시트만 새것으로 바꾼다. 그래서 하루 세탁은 한 장으로 끝난다. 에너지 낭비가 없고 세제 사용량도 적다. 오래 머무는 투숙객은 차이를 느낀다. 8일을 묵는다면 바닥 시트는 8장, 이불 커버와 베개 커버는 각각 2장만 사용한다. 이 과정은 친환경에 이어 관리 철학이다. 외부 세탁업체가 화학약품을 얼마나 쓰는지, 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까지 확인한다. Q. 미래의 럭셔리 호텔은 어디로 향할까?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할까. 트윈팜스 텐티드 캠프 푸껫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핵심은 ‘작게 운영하는 방식’이다. 지금 25명의 게스트가 정도가 좋다. 이 정도면 모두 알고, 모두 볼 수 있고, 함께 호흡할 수 있다. 규모가 작아야 관계가 드러난다. 대형 호텔에선 끝없는 체크인과 체크아웃, 사람과 소리 속에서 ‘내가 손님을 온전히 보살피는 감각’은 빠르게 사라진다. 누구든 총지배인이든 하우스키핑이든 피트니스 트레이너든 부르면 바로 갈 수 있는 거리감. 그게 작은 호텔만 가능한 진정성이다. 그리고 자유(freedom)도 중요하다. 요즘 호텔을 보면 ‘몇 시에는 여기 오세요’ ‘그 시간에는 그걸 하셔야 한다’는 규칙이 너무 많다. 난 ‘내버려두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하고 싶으면 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싶으면 그대로 둘 수 있어야 한다. 최고급 브랜드는 계속 존재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최고 중의 최고’를 찾는다. 그건 아만이나 로즈우드의 역할이다. 우리는 그 옆에서 ‘과시보다 본질을 택하는, 작고 개인적인 운영 방식’을 고른다. 큰 규모로는 유지되지 않는 가치다. 그래서 미래의 호스피탈리티는 작고, 개인화되고, 자유로운 방향으로 갈 거라 확신한다. 규모가 작으면 직원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서비스가 오가고, 어떤 경험이 만들어지는지 전부 눈앞에 들어온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전에 왔던 그분이구나’ ‘어떤 방에 묵었는지’ ‘무엇을 좋아했는지’ 기억난다. 그게 호스피탈리티다. 그런 기억이 없다면 공장처럼 돌아가는 시스템뿐이다. 키를 받아 방에 올라가 자고, 인터넷 하고, 체크아웃하고, 아무도 관심 없이 ‘안녕히 가세요, 다음 분이요.’라고 넘기는 방식일 뿐이다. 그런 방식을 원한다면 그런 호텔로 가면 된다. 하지만 럭셔리 호스피탈리티를 이야기하자면, 반드시 작고 개인적이어야 한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6 1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