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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쌓이는데 돌지 않는다”…중국, 수출 호조에도 인민들은 가난한 이유 [★★글로벌]

헤드라인 2025-10-26 07:11 매일경제 원문 보기
AI 요약

중국의 통화유통속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소비와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중국의 1인당 소비지출은 증가했지만 소비 비율은 여전히 낮고, 청년층 실업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경제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내수를 중심으로 한 경제 구조 개편을 추진하여 소비 촉진과 유효한 투자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시중에 돈 넘치지만 소비·투자는 멈춰 성장률 4.8%로 둔화…‘돈맥경화’ 우려 청년실업률 17.7% 고공행진 이어가 4중전회서 ‘내수대순환’ 복원·투자 강조 돈 푸는 대신, 돈 돌게 하는 구조로 전환 중국의 돈이 돌지 않고 있다. 통화량은 계속 늘지만 소비와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경제의 순환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다. 매일경제가 취합한 인민은행과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화폐유통속도(명목 GDP 대비 광의통화 기준)는 2021년 0.51에서 2022년 0.48, 2023년 0.45로 내려갔다. 지난해에도 0.44에 머물렀고, 올해 1~3분기 기준으로는 0.41까지 떨어졌다. 돈이 시중에 풀려도 실제 거래와 생산,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국은 0.5~0.6, 미국은 1.3 내외로, 중국은 일본과 비슷한 저속 순환 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흐름은 실물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중국의 올해 3분기 성장률은 4.8%로, 2023년(5.4%)과 2024년(5.0%)보다 낮다. 수출은 2024년 기준 3조5765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출 호조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9월 기준 상품 무역 흑자는 724억달러에 달했으나, 증권투자 부문에서는 80억달러가 빠져나가 외화가 자본시장으로 환류하지 않았다. 중국 위안화. 가계의 소비 여력도 약해졌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전국 주민의 1인당 처분가능소득은 3만2509위안으로 물가를 반영한 실질 증가율은 5.2%였다. 이는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과 거의 일치하는 수준이지만 상반기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재산소득은 전년 대비 1.7% 증가에 그쳐 전체 소득 증가율(5.1%)보다 크게 뒤처졌다. 부동산 가격 하락과 금융상품 수익률 저하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소득은 늘었지만 소비로 연결되지 않았다. 1인당 소비지출은 2만1575위안으로 전년보다 4.7% 증가했지만 증가율은 상반기보다 0.6%포인트 둔화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 비율(소비성향)은 66.4%로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소득이 늘어도 지출을 미루고 있다는 뜻이다. 사회소비재 소매총액 증가율도 둔화하며 소비심리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고용 사정도 나아지지 않았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9월 전국 도시 실업률은 5.2%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낮아졌지만 청년층은 여전히 높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비(非)재학생 기준 16~24세 실업률은 17.7%로 전체 평균의 세 배 수준이다. 농민공과 대학 졸업생의 취업은 일부 개선됐으나, 안정적인 일자리가 충분히 늘지 않아 소비심리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중국 청년 구직자들이 취업 박람회를 찾은 모습. 경제학적으로 화폐유통속도가 낮아진다는 것은 기업이 투자에 나서지 않고 가계가 저축을 늘리는 상태를 뜻한다. 중국 경제는 지금 이 구조적 ‘돈맥 경화’에 갇혀 있다.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도 시중 유동성이 실제 소비나 투자로 전환되지 않는다. 돈이 쌓이지만 돌지 않는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내수를 다시 성장의 중심축으로 삼기로 했다. 지난 20~23일 열린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중국 공산당은 “국내 대순환의 내적 동력과 신뢰성을 강화하고, 소비를 촉진하며 유효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수출 중심의 외순환(外循環)보다 내수 중심의 내순환(内循環)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정산지에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은 “총량보다 효율이 중요하다”며 “정부 재원을 민생에 투입해 소비 기반을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수시장을 ‘중국식 현대화의 전략적 기반’으로 규정했다. 왕원타오 상무부장도 “상품 소비뿐 아니라 교육·의료·문화·여행 등 서비스 소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내수 확장을 단순한 경기부양책이 아닌 구조개편의 핵심 수단으로 본다는 뜻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책실 관계자들이 24일 4중전회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20년 ‘쌍순환’ 전략을 통해 국내 수요를 주축으로 하고 수출을 보완축으로 삼는 경제구조를 제시했다. 이번 4중전회는 그 전략을 다시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미중 갈등 장기화와 세계 경기 둔화 속에서 수출 중심의 성장 모델만으로는 안정적인 고용과 소득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분석에서 “중국의 소비 둔화는 경기 변동이 아닌 심리적 신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장기간의 봉쇄와 부동산 시장 침체가 가계의 경제적 자신감을 약화시켰고, 정부 정책이 이를 회복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산층을 중심으로 ‘소득은 늘지만 소비는 줄어드는’ 현상이 뚜렷해졌으며,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 저축을 늘리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NYT는 “소득과 소비의 괴리가 이어지는 한 중국 내수는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결국 중국이 내세우는 ‘고품질 발전’의 핵심은 돈을 더 푸는 것이 아니라 돈이 실제로 돌게 만드는 것이다. 가계의 소비 여력을 키우고 서비스 산업과 지역 일자리를 확대해 자금의 순환 고리를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의 온기가 다시 돌지 않으면 수출 규모가 아무리 커도 성장의 체온은 오르지 않는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6 1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