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 간격 최대 102㎝, 넓은 리클라이닝 가능
수하물 허용 한도 35㎏, 우선 탑승 서비스 제공
크림톤 가죽 시트, 우드그레인 패널의 인테리어
남는 게 체력인 20대 초반은 체력으로 지갑을 아끼는 여행을 한다. 비좁은 자리, 빡센 스케줄, 허름한 숙소. 힘든 게 곧 낭만인 시절이 지나면 자연스레 지갑이 체력을 아껴주기 시작한다.
‘돈으로 불편함을 해소’하기 시작한 여행객이 가장 먼저 해결하고 싶은 불편함은 장거리 비행이다. 몇 시간을 좁은 좌석에 갇혀 자다 보면 결린 어깨와 욱씬거리 허리가 여행 내내 따라붙는다. 장거리 비행의 핵심은 ‘두 다리를 뻗고 잘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탑재한 에미레이트 항공 보잉777 항공기 / 사진 = 에미레이트 항공
이런 의미에서 주요 항공사들이 잇따라 도입 중인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이 고려할 만한 선택지로 떠올랐다. 일반 이코노미석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좌석. 넓은 공간과 고급화한 기내식 서비스가 특징이다. 가격은 일반 이코노미석 대비 약 1.5배 수준으로 ‘조금 더 내고 피로를 줄이는’ 타협점에 있다는 평가다.
에미레이트 항공이 올해 한국 취항 20주년을 맞아 전면 개조한 보잉 777-300ER 기종을 선보였다. 핵심 변화는 비즈니스 클래스의 업그레이드와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의 도입이다. 지난 4월부터 인천~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노선에 추가한 프리엄 이코노미 서비스. 두바이 출장에서 ‘프리미엄’ 전략의 대명사로 불리는 에미레이트 항공의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직접 타봤다.
탑승 전부터 시작되는 프리미엄 이코노미 서비스
에미레이트 항공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늘 가장 싼 티켓으로 모두를 지나치며 뒷좌석을 차지하던 기자가 이번엔 모두가 자신을 지나치는 낯선 경험을 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은 우선 탑승이 가능하다. 비즈니스석과 다르게 라운지 이용을 제한하지만 수하물 허용 한도는 35㎏까지 늘렸다.
타 항공사의 프리미엄 이코노미와 비교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내부 디자인이다. 기내 디자인은 에미레이트 전용 제트기에서 영감 받아 설계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크림톤 가죽 시트와 우드그레인 패널을 적용했다.
좌석은 총 24석, 2-4-2 배열로 구성한다. 좌석 너비는 약 50㎝로 여섯 방향 조절이 가능한 헤드레스트와 쿠션형 다리 받침대를 장착했다. 좌석 간 간격은 최대 102㎝, 등받이는 20㎝까지 젖혀진다.
(상)비즈니스석 (하)프리미엄 이코노미석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에미레이트 항공 일반 이코노미석(간격 약 84㎝, 등받이 약 15㎝)에 비하면 확실히 넓어졌다. 대한항공의 싱가포르 노선에 새로 도입한 프리미엄 이코노미석(간격 약 100㎝, 너비 약 50㎝)과 비교해도 비슷한 수준이다. 다리 받침대와 등받이 덕분에 건장한 성인 남성도 무리 없이 두 다리를 뻗을 수 있다.
벨기에에서 한국 여행을 온 레슬리는 “남편이 키가 커서 일반 이코노미 타는 게 걱정이었다”며 “이전 항공편은 3시간이라 괜찮았지만 한국까지는 10시간 비행이라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끊는게 더 좋은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석과 같은 식단, 비즈니스 같은 서비스
탑승 시 웰컴 드링크와 함께 어메니티를 나눠준다. 구성품은 양말 ·양치도구·책갈피 ·안대·귀마개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인천~두바이 노선은 두 번의 기내식을 제공한다. 메뉴 구성은 △전채 △메인 △디저트의 3코스로 식사마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음식 구성 자체는 일반 이코노미와 같지만 세팅과 음료 서비스에 차이가 있다.
소고기 볼살찜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이코노미석의 경우 승무원에게 먹고 싶은 메뉴를 얘기하면 트레이 서랍에서 바로 꺼내주지만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은 다르다. 모든 기내식은 완벽히 세팅한 상태로 나온다. 식기는 로열 덜튼(Royal Doulton)의 본차이나 식기, 린넨 냅킨, 스테인리스 커틀러기로 차려진다.
식사와 함께 곁들여 마실 수 있는 샴페인과 와인 3종도 무료 제공. 와인 리스트에는 △2018 도메인 샹동 브뤼 △헨쉬키 페기그 힐 리슬링 2024 △부켄하우츠클루프 초콜릿 블록 2022 등이 있다. 식후에는 차와 초콜릿을 준다.
기내식 메뉴는 해당 지역 특색을 반영해 노선별로 다르다. 인천~두바이 노선에는 한식 베이스의 메뉴를 다수 포함하고 있다. 아침엔 치즈 오믈렛과 닭죽, 점심엔 깐풍새우와 양고기 나바랭, 저녁엔 소고기 볼살찜과 닭강정 중에서 선택 가능하다. 식사 외 시간에는 컵라면을 요청할 수 있다.
인천~두바이행 항공에선 두번의 기내식과 컵라면, 와인을 포함한다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제공 서비스가 높아진 만큼 승무원과 만나는 시간이 늘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전담 승무원은 약 3명 정도. 두바이~인천 노선에는 한국인 승무원이 탑승해 한국어 서비스가 가능하다. 각 좌석엔 13.3인치 HD 스크린을 설치해 한국어 자막과 더빙을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한국에서 워홀 중인 스페인 출신 레베카는 “이코노미석이 매진이라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탔는데 서비스가 정말 다르다”라며 “샴페인도 마실 수 있고 무료 포함 서비스가 많아 편하게 왔다. 일반 이코노미에서는 뭐든 추가비용인 경우가 많아 쉽게 요청하지 못했는데 여기선 눈치 볼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앞으로 프리미엄 이코노미 노선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오는 12월에는 호주 애들레이드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2026년에는 △덴마크 코펜하겐 △스웨덴 스톡홀름 △스페인 바르셀로나 노선에도 도입한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6 0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