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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항엔 없는 ‘유료 패스트 트랙’…이스탄불 공항서 이용해 보니

헤드라인 2025-10-25 12:11 매일경제 원문 보기
AI 요약

이스탄불국제공항(IST)은 아타튀르크국제공항을 대체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공항 중 하나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IST는 8007만 명의 여객을 처리하며, 국제여객 처리량에서 인천공항을 초과했으며, ACI는 IST를 글로벌 공항 허브 연결성 1위 공항으로 평가했다. 특히, 유료 패스트 트랙 서비스인 IGA PASS는 이용자에게 빠른 수속과 다양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며, 한국에서도 도입 여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체크인 후 3분 만에 면세구역 진입 빠른 수속에 샤워·회의·취침도 가능 현지 외국인들 “다른 교통수단에도 프리미엄 서비스 존재, 차별 아냐” 성수기 인천공항, 2시간 안팎 소요 인천공항도 패스트 트랙시설 있지만 정부, 국민정서 이유로 유료화 미온적 여론조사에선 70%가 “이용 의향” 지난 17일 오후(현지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국제공항에서 한 여객이 유료 패스트 트랙을 이용하기 위해 산 이용권의 QR 코드를 관련 직원에게 제시하고 있다. 지홍구기자 지난 17일 오후(현지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국제공항(IST). 기존 튀르키예 관문공항이던 아타튀르크국제공항을 완전히 대체한 신(新) 관문공항 답게 규모가 크고 시설은 현대적이었다. 7650만㎡ 용지에 활주로·터미널·물류·상업시설 등이 들어섰는데, 인천공항보다 3.5배, 싱가포르 창이공항보다 6배가 컸다. 2018년 8월 개장 후 2022년 아타튀르크국제공항이 처리하던 화물까지 완전히 이전하면서 여객·화물을 모두 처리하고 있었다. 튀르키예 정부는 기존 아타튀르크국제공항이 늘어나는 항공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확장이 어렵게 되자 해당 공항에서 북쪽으로 약 35km 떨어진 이곳에 신공항을 지었다. 아타튀르크국제공항을 완전히 대체한 IST는 유럽·아시아·아프리카를 잇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중·장거리 환승 허브로 성장하고 있다. 114개 항공사가 322개 노선을 운항하며, 지난해에만 8007만명을 실어 날랐다. 이 여객 수에는 국내선 여객이 포함돼 있지만 지난해 7067만명으로 2001년 개항 이후 역대 최다 국제여객을 기록한 인천공항보다 1000만명을 더 처리했다. ACI(국제항공협의회)는 ‘2025 유럽 연결성 보고서’에서 IST를 글로벌공항 허브 연결성 1위 공항, 유럽 공항 직접 연결성 1위 공항으로 평가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2031년까지 제2여객터미널과 보조 활주로 등을 추가로 건설해 연간 1억5000만명을 처리하는 공항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날 IST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이스탄불공항 프리미엄 브랜드이자 유료 패스트 트랙인 ‘IGA PASS’다. 신공항 개장과 함께 새로 도입한 서비스다. 일일권 사용해 보니 3분 만에 출국심사·보안검색 끝나 튀르키예 이스탄불국제공항 내 라운지 입구. 지홍구기자 IST는 코로나19가 끝나고 IGA PASS 수요가 늘자 지난해 중순부터 연간 패키지와 일일 패키지를 유료로 판매하고 있다. 연간권은 플러스(499유로·83만원+부가세), 엑스트라(699유로·116만원+부가세), 프리미엄(999유로·166만원+부가세) 등급으로 구성돼 있다. 가족 단위 이용도 가능하다 해당 패키지를 사면 우선 체크인, 패스트 트랙, 공항이 자체 운영하는 라운지, 버기카(골프 카트 모양의 공항 내 여객 이동 차량)·발렛·면세점 할인 등 다양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일일권은 국내선 전용·어린이전용·일반용 등 3개 패키지로 구성되고, 하루 동안 우선 체크인·보안검색·라운지·버기카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기자는 110유로에 부가세 20%를 더해 약 21만원인 일일권 일반용(24시간 유효)을 구매해 직접 체험했다. 체크인과 함께 짐을 부치고, 출국장에 바로 들어가 오후 5시 23분에 출국 심사, 5시 26분에 보안 검사를 마쳤다. 면세구역 안에 있는 라운지 입장 게이트까지는 걸어서 오후 5시 34분께 도착했다. 출국 심사부터 라운지 도착까지 총 11분이 소요됐다. 출국장 라운지 입장 게이트는 8개로 구성됐고, IGA 패스 이용자를 위한 게이트 줄은 8m 정도로 다른 게이트 줄보다 짧아 게이트 도착 4분 만인 오후 5시 38분께 라운지에 들어갈 수 있었다. 라운지 안은 IGA PASS외에 퍼스크 클래스·비즈니스 클래스 여객 등이 합쳐지면서 매우 혼잡했다.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라운지 이용 환경은 불만족스러웠지만 IGA PASS를 이용하면서 느낀 빠른 출국 수속은 이러한 감정을 누그러뜨렸다. 공항 이용 여객 수가 요일, 시간대 마다 달라 일률적으로 보기 힘들지만 이날 기자가 IGA PASS를 이용한 시간대에서는 3분 만에 출국 심사·보안 검색이 끝났다. 하루 평균 2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인천공항은 명절·성수기 등 여객이 최대치 일때 출국에만 2시간 안팎이 걸리기도 한다. 이스탄불공항에 파견 근무 중인 홍서연 인천공항공사 국제협력팀 차장은 “일반 트랙과 비교해 IGA PASS 이용자는 보안검색 등 단계별로 10~15분이 더 빨라, 약 30분 정도가 절약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스탄불공항에서 IGA PASS 로열티·파트너십 업무를 담당하는 아이든 베르킨 셴튀르크 마케팅 스페셜리스트는 “이 서비스를 일반에 판매했을 때 오히려 대기줄이 생긴다면 그 자체가 서비스의 목적을 훼손할 수 있어 처음에는 판매하지 않았다”면서 “초창기 몇 년 동안은 로열티 프로그램 회원 전용으로만 운영했고, 지금은 운영 여건이 개선돼 일반에 유료 판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IGA PASS의 매력은 일반 여객보다 더 빨리 체크인을 하고 보안검색·출국 심사를 받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공항에 도착하면 발렛 서비스로 주차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회의시설을 활용해 업무를 볼 수 있다. 샤워는 물론 잠깐 취침도 가능하다. 지닌해에만 150만명이 유료 IGA PASS를 이용했다. 세계 30대 공항 중 유료 패스트 트랙 미도입 공항은 인천공항뿐 튀르키예 이스탄불국제공항 여객 터미널에 설치된 패스트 트랙 안내판. 지홍구기자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국제여객 운송실적 기준 세계 30대 공항 중 29개 공항은 유료 패스트 트랙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23개 공항은 주차 대행·전용 라운지·수속 대행 등 프리미엄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그런데 세계 5위 공항인 인천공항만이 유일하게 유료 패스트 트랙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인천공항의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다. 정부가 도입에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은 2013년 교통약자와 사회적 기여자를 위해 ‘교통약자 패스트 트랙’을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2014년 장관급, 2016년 노약자·동반자로 확대·운영되고 있다. 모두 무료다. 인천공항은 2018년 제2여객터미널 개장에 맞춰 ‘비즈니스 패스트 트랙’을 도입하려 했으나 국민 정서 등을 이유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인천공항은 2터미널에 비즈니스 전용통로시설까지 확보했었다. 기자는 IGA PASS를 체험하면서 다른 나라 여객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한 인도네시아 여성에게 공항이 제공하는 ‘유료 패스트 트랙’에 대한 생각을 물으니 “상업적인 영역에서 요금으로 인한 서비스 차별화는 당연한 것”이라면서 “다른 교통수단에서도 이런 서비스를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프랑크프루트로 간다는 독일인 남성도 “세계인이 모이는 국제공항은 붐빌 수 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 유료 패스트 트랙은 공항 이용 여객을 위한 글로벌 스탠다드이자 서비스 공급자로서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선택의 문제이지 차별의 문제는 아니다”고 했다. 유료 IGA PASS를 도입한 이스탄불공항 관계자도 비슷한 취지의 얘기를 했다. 베르킨 셴튀르크 마케팅 스페셜리스트에게 “한국은 아직 국민 위화감을 이유로 유료 패스트 트랙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고 하자 당황한 듯 잠시 뜸을 들였다. 그는 “병원, 학교, 공항 등에서도 이미 프리미엄 서비스가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부자 전용 서비스’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한 구조로 운영하느냐’이다”면서 “일부는 무료, 일부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해 계층 분리가 아니라 서비스 다양화와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했다. 실제 이스탄불공항은 유료 서비스와 별개로 이동이 불편하거나 5세 이하 어린이, 65세 이상 고령 승객에게는 패스트 트랙을 무료로 개방해 교통 약자의 이동 편의를 돕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베르킨 셴튀르크 마케팅 스페셜리스트는 “튀르키예 정부는 민간 서비스에 관대하다”면서 “유료 패스트 트랙은 사람을 나누는 것이 아닌 만큼 (한국도)공항 운영자가 한국 정부를 잘 설득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유료 패스트 트랙 도입에 미온적인 이유로 들고 있는 ‘국민적 위화감’의 실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가 2023년 1월부터 6월까지 인천공항 출국 내·외국인 2498명(내국인 1855명·외국인 64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70.4%(1758명)이 유료 패스트트랙 이용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용 의향이 없다는 응답자는 29.6%(740명)에 불과했다. 이스탄불국제공항(튀르키예)/지홍구기자
본문 수집 시각: 2025-10-25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