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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전이 화려해질 때 권력의 위기가 온다...트럼프 백악관 연회장에 투사되는 시대의 경험칙 [★★글로벌]

헤드라인 2025-10-25 02:46 매일경제 원문 보기
AI 요약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동관인 이스트윙을 철거하면서 시민사회와 언론의 비판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역사적 유물로서의 백악관이 파괴되고 있다는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는 초기 계획과 달리 이스트윙의 일부를 손대기 시작했고, 공사에 사용될 자금을 대기 위해 억만장자 초청 만찬을 진행하는 등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화려한 리모델링과 정치적 행보는 권력의 부패와 쇠락을 상징하는 역사적 사례와 유사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백악관 동관 공사에 비판 여론 커져 베르사유 궁전·황금의 집 영욕 연상 통제불능 빠지는 트럼프 과시·허세 사상가 마키아벨리, “권력자 검소함 도덕 아닌, 권력유지 위한 전략 판단” 트럼프 대통령 2기 취임 후 금장식이 가득해진 백악관 오벌 오피스 모습.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동관(이스트윙)을 철거하면서 미국 내 언론과 시민사회 비판이 심상치 않습니다. 충분한 검토와 외부 공유가 없었던데다 공사 현장 사진이 공개되면서 역사적 유물인 백악관이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다고 인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역사를 보면 이스트윙 공사 불법 리모델링 논란을 넘어 중요한 신호를 발신합니다. 궁전이 화려해질 때 권력은 부패했고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경험칙입니다. 외신에서 연일 쏟아지는 이스트윙 공사 논란을 좀 더 상세하게 소개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이스트윙 일대에 연회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는데, 당시에는 이스트윙을 건드리지 않고 인근에 짓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계획을 바꿔 건물 일부를 손대기 시작했고, 굴착기가 철거를 시작하고 나서야 이스트윙의 상당 부분이 사라졌음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23일(현지시간) 철거된 백악관 이스트윙 건물 모습. 이스트윙은 대통령 부인과 보좌진들의 공간으로 사용돼 온 건물로 1902년 처음 만들어졌고, 1942년 2층으로 증축됐습니다. 건축학계는 최근 공사 사진을 지켜보며 이번 리모델링이 지난 80년래 최대의 현상 변경이라고 염려하고 있습니다. 철거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비밀주의가 반대 여론의 비판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가운데 지난 15일에는 연회장 건설 자금(최대 4200억원 추정) 마련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억만장자들을 불러 만찬을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 초대된 애플, 아마존, 구글, 팰런티어, 록히드 마틴 등 거대 기업이 기부금을 냈고 백악관 대변인은 이를 “대통령은 놀랄 만큼 투명하게 행동해왔다”고 평가합니다. 권력을 쥔 정부가 정책의 이해관계자인 거대 기업을 불러 정부 재산물 변경에 필요한 재원을 거두고 이를 ‘투명하다’고 말하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과 함께 집무실(오벌 오피스)을 화려한 금색 톤의 인테리어로 재단장하며 연회장 신축의 전조음을 냈습니다. 집무실에는 각종 황금색 장식품이 늘었습니다. 문에는 로코코풍의 금빛 거울이 걸렸고, 벽난로에는 커다란 금빛 장식이 추가됐습니다. 벽에 걸린 전임 대통령 초상화는 금색 액자로 치장됐고 심지어 TV 리모컨도 금색으로 바뀌었습니다. 백악관 영빈관 조감도. 친민주당 성향의 정치 인플루언서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을 지낸 데이비드 엑슬로드는 “이스트윙 자리에 세워질 연회장은 허영심, 부패, 과도함을 보여주는 화려한 기념물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역사는 허영심이 권력의 몰락과 불가분임을 여러 사례로 전합니다. 17~18세기 프랑스 절대왕정의 상징인 베르사유 궁전이 대표적입니다. 궁전을 건축하는 과정에서 굶주린 시민들의 분노가 커졌고 1789년 프랑스 혁명의 단초가 됐습니다. 분노한 군중은 사치를 일삼는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앙투아네트를 끌어내렸습니다. 서기 64년 로마 황제 네로는 황금의 집(도무스 아우레아·Domus Aurea)을 건축했고 시민들은 대화재로 도시 복구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황제가 개인의 영달을 위해 사치를 일삼는다며 분노했습니다. 네로 황제 역시 시민 반란에 종말을 맞았습니다. 가장 최근 역사로 보면 루마니아에서 철권 통치를 휘두른 니콜라에 차우셰스쿠가 1980년대에 수도 부쿠레슈티 중심부에 거대한 인민궁전(현 국회의사당)을 건설하면서 화를 자초했습니다. 궁전 건설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쓰는 와중에 경제난이 터졌고 1989년 루마니아 혁명으로 정권이 무너졌습니다. 이탈리아의 사상가이자 역사학자인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지도자에게 검소함은 고결한 도덕의 문제가 아닌 전략적 판단의 문제라고 통찰합니다. 지금 쥐고 있는 권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전략적 차원에서라도 검소함을 견지하는 태도가 낫다는 것이죠. 마키아벨리의 관점에서 나날이 화려해지는 백악관의 모습은 지금 미국의 리더가 전략적 판단 불능 상태임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아 내년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종합격투기인 UFC 경기를 연다고 전했습니다. 황금색의 연회장에서 연회가 열리고 앞마당에서 UFC 경기가 열리는 내년 미국 백악관의 모습은 역사 속 로마 황금의 집과 그 위에 세워진 원형 경기장인 콜로세움을 연상시킵니다. 어쩌면 내년 미국 중간선거 판도를 좌우할 변수는 물가와 일자리 등 경제 상황과 양당 간 힘의 구도가 아닌 황금색 궁전을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시민 정서의 문제에서 커질 수 있습니다. 지난 2020년 미국 대선을 보더라도 바이든 후보의 승리였지만 이는 그가 인기가 높아서가 아닌, 선거 구도 자체가 ‘트럼프 vs 반트럼프’ 구도였습니다. 코로나 방역 실패와 함께 그해 조지 플로이드 흑인 사망 사건에서 분노한 여론 지형이 ‘반트럼프’로 기운 결과였던 것이죠. 아직까지 검소함을 기본 정신으로 하는 WASP(백인 앵글로색슨 청교도)의 나라인 미국에서 화려해지는 갈수록 화려해지는 백악관의 모습이 내년 중간선거 결과에 어떤 누적 효과를 낳을지 주목됩니다. 1902년 9월 백악관 이스트윙 건설 현장 모습
본문 수집 시각: 2025-10-25 1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