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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진이 왜 저기에?"… 신상털기·성희롱 온상된 익명 SNS

헤드라인 2025-10-24 08:50 매일경제 원문 보기
AI 요약

20대 A씨는 소셜미디어 '에스크'에서 익명의 이용자들로부터 성희롱과 신체 비방을 당하며 큰 피해를 경험했다. 온라인에서는 익명성을 악용한 사이버폭력과 성폭력 피해가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성폭력 경험률이 5배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사이버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SNS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익명 플랫폼 '에스크' 'NGL' 다른사람 사진 무단으로 올려 외모·몸매 품평하게 만들거나 계정 사칭해 개인정보도 뿌려 해외 서버 탓 수사 어려운데 플랫폼은 이용자에 책임떠넘겨 20대 A씨는 최근 소셜미디어 '에스크'에서 봉변을 당했다. 익명의 이용자들이 A씨에게 접근해 "하얀색 옷 입었지? 속옷 다 비치겠다" 등 노골적인 성희롱을 시작한 것이다. A씨는 이들이 몸매 품평과 비방도 서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M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있는 익명 Q&A 플랫폼 '에스크'와 'NGL'이 사이버폭력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익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인스타그램과 스레드 등 다른 SNS와 연동된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인스타그램에 에스크 링크를 올리면 누구나 익명으로 해당 이용자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원래 다수를 상대로 쉽게 설문조사 등을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된 SNS다. 문제는 익명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사이버폭력을 가하는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B양도 지난해 익명의 다수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그는 가해 학생들이 익명 SNS를 통해 자신의 신체 부위에 대해 언급하고, '해봤냐' 등 성희롱성 질문을 연달아 보내왔다고 밝혔다. 온라인 메시지가 물리적인 위협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피해 학생 C양은 올해 초 "모르는 사람이 집을 찾아와 현관 비밀번호를 연달아 눌러댔다"고 호소했다. 누군가 에스크에 C양의 이름과 주소, 현관 비밀번호를 공개한 다음 '오늘 외롭다. 우리 집 비었으니 놀러오라'란 글을 올린 것이다. 극심한 공포를 느낀 C양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익명 게시물이라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푸른나무재단(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사이버성폭력 피해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사이버폭력 중 사이버성폭력을 경험한 학생 비율은 2021년 2.8%에서 지난해 13.3%로 5배 늘었다. 또한 사이버폭력 피해자의 47.5%, 성폭력 피해자의 65.6%는 자살 또는 자해 충동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성인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에스크·NGL에서 지속적인 모욕 발언 등 테러를 당했다는 성인들의 글이 잇따른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2024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중 13.5%, 청소년 중 42.7%가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이유로 해외에서는 익명 SNS를 규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익명 SNS인 NGL이 '사이버폭력을 방치해 청소년의 자살을 조장했다'란 논란에 휩싸이자 18세 미만에게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했다. 한국에서도 미성년자는 원칙적으로 NGL 가입이 불가하지만, 청소년들이 가상사설망(VPN) 우회 접속 등을 통해 앱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석민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 과장은 "최근 모든 SNS 플랫폼에서 사이버불링 피해 상담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며 "결국은 IP를 추적해 가해자를 확인해야 하는데, 플랫폼에서 소극적으로 협조해주다 보니 수사 기간이 지연되면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특히 해외 기반 SNS는 계정 탈퇴나 영장 집행 절차가 복잡해 수사가 지체된다"며 "익명 계정은 사실상 추적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선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플랫폼이 피해자들도 '고객'으로 본다면, 권리 보호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자경·양세호 기자
본문 수집 시각: 2025-10-24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