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로벤스위원회 설립
韓 산재율, 英보다 13배 높아
英 자율책임 체계로 90% 줄여
처벌보다 협의·예방이 실효적
고용노동부, 노사 협력안 추진
1966년 10월 영국 웨일스 남부의 탄광 마을 애버판에서 비에 젖은 석탄 폐석 더미가 무너져 내렸다. 토사는 단 10초 만에 마을과 초등학교를 덮쳐 어린이 116명을 포함한 144명이 숨졌다. 안전 경고가 반복됐지만 방치된 결과였다. 당시 참사는 영국 사회를 뒤흔들었고 정부는 산업안전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기 위해 1970년 '로벤스위원회'를 출범시켰다.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근로자 1만명당 산업재해 사망사고 비율은 0.39명으로 집계됐다. 1970년 영국 산재 사망률인 1만명당 0.4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영국의 산재 사망률은 0.03명으로, 한국보다 13배 낮았다. 같은 기준 산재 사망률의 경우 독일은 0.11명, 일본은 0.12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0.29명 수준이었다. 우리나라는 산재 사망률이 여전히 OECD 회원국 가운데 상위권에 머물러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쉽게 벗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사·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한국판 로벤스위원회'(가칭) 설립을 추진 중이다. 로벤스위원회는 국영석탄공사 사장인 앨프리드 로벤스를 위원장으로 하며 산업계·보수당·노동조합·경영 컨설턴트·의료계·법률 전문가 등 7명으로 구성됐다. 로벤스위원회는 당시 산업안전 정책이 정부 규제와 처벌 중심으로 복잡하며 비효율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로벤스위원회는 현장의 위험을 가장 잘 아는 노사가 스스로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자율책임 체계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권고는 1972년 '로벤스보고서'로 정리됐고, 1974년 영국은 산업안전보건법을 제정해 노사정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의 산업안전 체계를 구축했다.
이후 영국의 산재 사망률은 반세기 동안 90% 가까이 감소했다. '처벌에서 협력으로' 방향을 바꾼 결과, 산업안전이 단속 대상이 아닌 사회적 문화로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은 엄벌보다 협력과 예방이 더 효과적이라고 분석한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과거 영국도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산업안전보건법을 갖고 있었고, 유사한 규모의 산재가 발생했지만 로벤스위원회를 통해 안전에 대한 전 사회적 철학을 세울 수 있었다"며 "한국은 아직 안전 철학의 부재가 크다"고 지적했다. 손 소장은 "엄벌만 강조하면 일터에서 안전이 '노동자 통제' 방식으로 왜곡될 수 있다"며 "실제 현장에서는 사고를 줄이기보다 산재를 숨기게 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노사가 함께 개선점을 찾는 상시 협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국 지붕 공사 현장을 포함한 소규모 건설 공사 현장에 대한 불시 점검에 나섰다. 지붕 공사는 전체 건설업 사망 사고 중 약 10%인 30명가량의 사망자가 매년 발생하는 고위험 공정이다. 김 장관은 충남 아산의 한 물류창고 신축 공사 현장을 방문해 안전관리 실태를 확인하고 '지붕 공사 추락 사고 감축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AI 요약
1966년 영국 애버판에서 발생한 석탄 폐석 무너짐으로 144명이 사망한 사건은 정부의 산업안전 제도 개편을 촉발했다. 한국의 근로자 1만명당 산업재해 사망사고 비율은 지난해 0.39명으로, 여전히 OECD 국가들 중 상위권에 머물고 있으며, 정부는 '한국판 로벤스위원회' 설립을 통해 이를 개선하고자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협력과 예방을 통한 안전 문화 정착이 중요하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위험 공정인 지붕 공사 현장에 대한 점검을 실시했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4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