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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파두부·동파육·도삭면 … 중화요리에 담긴 역사·철학

헤드라인 2025-10-24 07:30 매일경제 원문 보기
AI 요약

신간 '웍과 칼'은 영국의 중국 요리 전문가 퓨샤 던롯이 중화요리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깊이 탐구한 책이다. 던롯은 각 지역의 대표 요리와 조리법을 통해 중국인의 세계관과 문화 정체성을 조명하며, 음식의 역사적 의미를 전달한다. 그녀는 중국 음식이 글로벌 요리임에도 서구에서 과소평가되었다고 지적하며, 문화의 접촉과 갈등을 통해 진화한다는 교훈을 강조한다.

웍과 칼 퓨샤 던롭 지음, 윤영수·박경환 옮김 글항아리 펴냄, 3만2000원 중국 음식은 전 세계에 가장 널리 알려진 음식 중 하나이지만 그 다양한 형태나 역사적 맥락까지 파악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신간 '웍과 칼'은 영국의 중국 요리 전문가 퓨샤 던롭이 쓴 책으로 중화요리의 역사, 철학, 조리 기술, 그리고 문화적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던롭은 쓰촨에서 전통 요리를 배우던 경험을 비롯해 마파두부, 동파육, 도삭면 같은 대표 요리를 다루며 각 지역의 재료, 조리법, 미각의 철학을 엮어낸다. 단순한 레시피 모음이 아니라 음식이 만들어지고 전해지는 맥락 속에서 중국인의 세계관과 문화적 정체성을 조명하는 것이다. 가령 마파두부에서는 향신료의 균형과 감칠맛의 개념을, 도삭면에서는 칼과 손의 기술 그리고 노동의 미학을 논하는 식이다. 던롭은 중화요리를 '가장 오래된 글로벌 요리'로 규정하며 서구의 미식 담론 속에서 종종 과소평가됐다고 주장한다. 책은 아궁이, 농장, 주방, 식탁 총 4개 장으로 구성돼 있다. 각 장에는 5~10개의 요리가 등장하는데, 특정 요리나 재료를 중심으로 그 요리가 지닌 문화적·역사적 의미를 풀어낸다. 예컨대 1장 아궁이에서는 '흰 쌀밥'을 소개하며 영국인 입장에서 익숙지 않은 밥과 반찬의 구성을 설명한다. 또한 책은 단순히 중국의 음식 문화를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 얽힌 역사적·문화적 맥락을 풀어내는 데 공을 들였다. 던롭은 한나라가 중앙아시아로부터 맷돌을 들여와 국수와 면요리가 탄생했고, 서역과의 교류가 절정을 이루었던 당나라의 코즈모폴리턴 문화 덕분에 아직도 중국의 대도시마다 무슬림 식당이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중원의 중국인들이 북방 오랑캐가 먹는 유제품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그들이 우유를 치즈로 만드는 과정을 따라해 맷돌에 간 콩물을 굳혀 두부를 탄생시켰을 거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모든 문화는 그렇게 접촉하고 갈등하고 포용하는 과정을 거쳐 진화하며, 외부와의 접촉이 없고 다양성을 두려워하는 문화는 정체되거나 퇴화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4 1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