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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 명곡을 들으며 … 존과 폴의 우정·질투 속으로

헤드라인 2025-10-24 07:30 매일경제 원문 보기
AI 요약

비틀스 해체의 원인과 존 레넌, 폴 매카트니 사이의 복잡한 감정이 담긴 이언 레슬리의 책 '존 앤드 폴'은 두 사람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다. 저자는 레넌과 매카트니의 23년 간의 우정과 음악적 협업을 통해 그들의 진면목이 왜곡된 통념을 바로잡고, 감정의 깊이를 표현한다. 비틀스의 음악과 함께 읽는 이 책은 두 스타의 진정한 이야기를 통해 과거를 되짚으며 현대 팬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존 앤드 폴 이언 레슬리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4만2000원 정말 오노 요코 때문에 비틀스가 해체한 걸까. 그래서 폴 매카트니는 요코를 미워했을까. 팝 역사상 가장 많이 회자한 이 질문의 이면에는 팝의 전설이 된 두 남자의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다.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는 10대 시절 영국 리버풀에서 만나 함께 음악을 시작했다. 그들의 이름을 나란히 새긴 '레넌-매카트니'는 세상을 바꾼 작곡 콤비의 상징이 됐다.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한 친구이자 경쟁자였던 두 사람은 수많은 명곡을 만들어냈다. 동시에 서로의 재능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살아야 했다. 결국 그들은 1970년 비틀스 해체와 함께 갈라섰다. '존 앤드 폴'은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칼럼을 기고해온 이언 레슬리가 두 사람의 관계를 새롭게 해석한 책이다. 저자는 두 사람의 관계를 단순한 협업과 불화의 서사로 좁히지 않는다. 두 사람이 함께 그리고 따로 지냈던 23년을 43곡의 노래로 풀어낸다. 책은 그들의 관계가 음악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세밀하게 짚는다. '헤이 주드(Hey Jude)'는 요코가 등장한 시기 매카트니가 레넌의 아들 줄리언을 위로하기 위해 쓴 곡으로 알려져 있다. 훗날 레넌은 "'헤이 주드'는 사실 '헤이 존'"이라며 "그 노래는 사실 나한테 부르는 노래처럼 들린다"고 회고했다. 우정과 애틋함이 드러나는 곡이다. '투 오브 어스(Two of Us)'에 대한 해석도 흥미롭다. 저자는 이 노래에 대해 "미래의 설렘이 아닌, 잃어버린 시절을 되찾으려는 쓸쓸한 노래"라고 평한다. 예전의 관계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는 뜻이다. 비틀스 해체 직전 매카트니는 불안과 우울에 시달렸다. "존은 요코와 사랑에 빠졌고, 더 이상 우리 셋을 사랑하지 않게 됐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레넌이 세상을 떠난 뒤 괴로워하던 매카트니를 위로한 사람은 바로 요코였다. 저자는 통념적인 서사가 레넌과 매카트니의 진짜 모습을 왜곡한다고 지적한다. 레넌은 창조적인 영혼으로, 매카트니는 재능이 있지만 가볍고 깊이 없는 조력자로 여겨졌다. 레넌이 반체제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영웅으로 묘사된 반면 매카트니는 범생이로 치부됐다. 이 같은 인식은 비틀스 음악에 대한 이해를 단편적이고 빈약하게 만들었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저자는 비틀스 관련 인터뷰와 다큐멘터리, 팬들의 기록까지 방대한 자료를 섭렵해 두 사람의 관계를 새롭게 엮어낸다. 여성 비틀스 팬들이 운영하는 팟캐스트를 통해 기존의 남성 중심으로 형성된 비틀스 서사도 새롭게 구성했다. 책은 두 사람이 음악에 쏟았던 열정, 끝내 화해하지 못하고 남은 그리움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무엇보다 '존 앤드 폴'은 비틀스 음악을 들으며 읽기 좋다. '예스터데이(Yesterday)' '렛잇비(Let it be)'를 다시 들으며 책장을 넘기면 익숙한 멜로디가 새롭게 들린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4 1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