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 위원들이 추미애 법사위원장(왼쪽)에게 항의하고 있다.
합성·반말·문자 공방 이어 맞고발까지
김현지 부속실장 출석 두고 여야 재충돌?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처음 열린 국정감사는 반환점을 돌기까지 사실상 막말과 욕설의 연속이었다. 일부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고성과 저급한 언사가 오가며 감사장은 정책 검증의 장이 아니라 정쟁 무대로 변질됐다는 우려가 커졌다. 여야가 피감기관보다 서로를 향한 비난에 몰두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 논의는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13일 시작해 내달 6일까지 진행되는 올해 국정감사는 이번 주말을 중심으로 반환점을 돌게 됐다. 국감은 입법부인 국회가 정부를 포함한 국가기관의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위한 자리다. 그러나 올해 전반부 국감은 여느 때와 같이 ‘싸움판’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여야 의원들은 정부 행정에 대한 검증 못지않게 상대 당에 대한 개인적 공세에 치중했고 막말과 고성, 가짜뉴스도 심심치 않게 오갔다.
국감 첫날인 13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얼굴을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진과 합성한 자료를 흔들며 ‘조요토미 희대요시’라고 조롱해 파문이 일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너한텐 반말해도 된다”는 말을 던져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다음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선 김우영 민주당 의원이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받은 “찌질한 놈”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박 의원은 본인의 연락처가 공개된 점 등에 크게 반발하며 욕설을 했고, 여야 의원들은 과거 멱살잡이 사건까지 끄집어내며 정면충돌했다. 이후 박 의원은 김 의원을 개인정보 침해 및 국회 모욕 혐의로 고발했고, 민주당도 박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와 모욕을 이유로 맞고발하면서 충돌은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현·김우영·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장겸·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6.10 지방선거 앞두고 출마 후보자들
국감, ‘정치 오디션’ 으로 활용 지적도
이처럼 인신공격성 발언과 욕설, 고성이 국감장을 채우면서 정작 이뤄져야 할 피감기관에 대한 감시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16일 과방위 국감은 ‘박정훈-김우영 문자 파동’으로 중지됐다. 본격적인 감사는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시작됐다. 국감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한 세종 관가의 고위공무원은 “상임위 내 여야가 피감기관을 세워놓고 싸우면 다행스럽단 생각도 들면서도 한편으론 이 시간 자체가 너무 소모적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이 같은 여야 간 충돌을 단순한 정쟁으로 보지 않는 시각도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일부 의원들이 국감을 당파적 선명성을 보여주는 ‘정치 오디션’처럼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당의 한 의원은 “국감장이 본래 자기 어필의 무대 역할을 하는데, 선거가 가까워지니 잠재 후보들의 행보가 커지는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국감 후반부의 뇌관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출석 문제다. 국민의힘은 운영위, 법사위, 기재위, 행안위 등 최소 6개 상임위에서 증인 채택을 요구하며 ‘비선 의혹 프레임’을 고리로 정권 책임을 부각하려 한다. 민주당은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하다”며 반대하고 있어 충돌은 불가피하다. 실제 출석은 운영위에 한정될 가능성이 크지만, 여야 모두 이번 사안을 통해 정국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산을 숨기지 않는다.
다만 김 부속실장 출석 여부 등 정쟁적 논란이 국감 후반부 의제를 또 다시 독식할 경우 국회가 정책 감시 기능을 다시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좌진들 사이에서도 “연휴까지 반납하며 준비한 정책 질의가 묻히고 있다”는 자조가 나온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5 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