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동환. 강영국 기자
“오래 전 함께 연극을 했던 코미디언, 개그맨, 그 친구가 이 자리에 없어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한 번도 빠짐없이 제 무대를 찾아 격려해주신 선생님도 안 계시네요. 저만 남아서 이렇게...이 상을 받고 있고요.”
배우 정동환이 보관문화훈장을 수훈한 가운데 소감 도중 슬픔에 차올라 말을 잇지 못했다. 먼저 떠난 고(故) 전유성·건강 악화로 활동을 쉬고 있는 이순재를 떠올리면서다.
2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2025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이 열렸다.
정동환은 이날 배우 이병헌과 함께 보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그는 훈장을 받은 뒤 “사랑하는 무대에 다시 불러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무대는 환상의, 꿈의 장소다. 무언가 마음대로 이뤄질 수 있는 장소”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제가 한 3~4개월을 지옥에서 헤맸다 단테의 ‘신곡’이란 작품을 했다. 저는 베르길리우스 역을 맡아 단테를 이끌고 지옥과 연옥을 오갔다. 그런데 이제는 베르길리우스가 갈 수 없던 장소, 천국으로 저를 불러주셨다. 여기가 지금 제 천국인 것 같다”며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걸 받고 있지만 제가 받은 게 아니라 여러분이 같이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무슨 재주가 있었겠나. 연출자, 스태프 그리고 그걸 받아들여준 관객 여러분이 받아야 할 상이라 생각한다”며 겸손하게 공을 돌렸다.
또한 “제 가족들, 감사하게 잘 지켜봐준 가족. 그중에서도 아내에게 이 상을 주고싶다”고도 했다.
사진 I 스타투데이DB
특히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이라며 잠시 침묵한 뒤 “제 친구. 오래 전 같이 연극을 했던 코미디언. 개그맨. 그 친구가 이 자리에 없어서 가슴이 아프다. 사실 1965년 10월 23일. 저와 같이 무대에 섰던 친구다. 그 친구는 조금 먼저 갔고 저는 아직 남아 이 상을 (이렇게) 받고 있다”며 얼마 전 별세한 고 전유성에 대한 그리움을 고백했다.
그러면서 “제가 재미없고 긴 연극을 많이 한다. ‘카르마조프가의 형제들’ 같은 작품은 7시간 반을 한다. 그런 작품을 수없이 하는데 그 자리를 한번도 빠지지 않고 와서 격려해준 분이 계신다. 그분이 자리에 안 계신게 너무 가슴 아프다. 지금 건강이 좋지 않은 것 같다”며 이순재를 언급 “선생님의 건강이 회복되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소망했다.
올해로 16회를 맞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은 가수, 배우, 희극인, 성우 등 대중문화예술인은 물론 방송작가, 연출가, 제작자 등 대중문화산업 종사자의 노력과 성과를 격려하고, 대중문화예술인들의 사회적 위상과 창작 의욕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대중문화예술 분야 최고 권위의 정부 포상이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3 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