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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제 먹이면서 잠은 안 재워 … 수면·식습관 무너지는 아이들

헤드라인 2025-10-23 08:52 매일경제 원문 보기
AI 요약

서울 마포구의 박씨는 12세 아들의 키 성장을 위해 보조제를 찾고 있지만, 수면과 운동 등 기본적인 요소는 소홀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와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부모의 30%가 성장 보조제를 자녀에게 사용했지만, 만족도는 75.7%가 '보통' 또는 '효과 없음'으로 나타났다. 사회적으로 '큰 키'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를 강조하는 전문가의 경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 조사 미취학 아동 40% 보조제 섭취 서울 마포구에 사는 박 모씨는 요즘 아침마다 12세 아들의 키를 잰다. 또래보다 작다는 담임 선생님의 말을 들은 뒤 인터넷에서 '성장 보조제 후기'를 찾아보는 게 일상이 됐다. 아들이 학원에서 돌아와 숙제를 마치면 오후 11시다. 박씨는 "수면이나 운동이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현실적으로 챙기기 어렵다"며 "어쩔 수 없이 보조제라도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자녀의 키를 위해 각종 영양제를 챙기는 부모가 늘고 있지만 정작 성장의 기본이 되는 수면·운동·식습관은 무너지고 있다. 23일 대한소아내분비학회와 한국갤럽이 만 5~18세 자녀를 둔 부모 2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3명은 자녀에게 칼슘(33.9%)이나 비타민D(32.4%), 키 성장 보조제(28%)를 먹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만 5~6세 미취학 아동의 칼슘·비타민D 섭취율이 약 40%에 달해 성장 초기부터 영양제 의존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성장 보조제를 사용한 부모 4명 중 3명(75.7%)이 '보통이거나 효과가 없다'고 응답해 실제 만족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 성장에 대한 관심은 부모의 기대치와도 맞닿아 있다. 조사에 참여한 부모들이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기대하는 키는 남성 180.4㎝, 여성 166.7㎝로 집계됐다. 이는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이 2022년 발표한 제8차 한국인 인체치수 조사에서 제시한 20대 평균 신장(남성 174.4㎝, 여성 161.3㎝)보다 5㎝가량 더 큰 수치다. '큰 키' 자체를 경쟁력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다는 의미다. 황일태 대한소아내분비학회장은 "성장은 단기간의 주사나 보조제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며 "성장호르몬을 비롯한 보조제의 무분별한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기기 사용, 수면, 운동, 식습관 등도 우려되는 부분이 많았다. 스마트폰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자기기로, 초등학생의 경우 하루 2시간 이상 사용하는 비율이 주중은 43.5%, 주말은 66.5%였다. 이는 2016년 조사(20.4%)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3 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