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연구진, 사향고양이 배설물 속 원두 성분 분석
일반 원두 대비 총 지방 함량 월등히 높아
‘유제품 풍미’ 내는 특정 지방산도 크게 증가
“소화관 내 자연 발효가 원두 성분 변화시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 중 하나인 ‘코피 루왁’(Kopi Luwak)의 독특한 풍미와 높은 가격의 비결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아시아 사향고양이가 커피 열매를 먹고 배설한 원두는 소화 과정을 거치면서 일반 원두보다 총 지방 함량과 핵심 풍미 강화 화합물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케랄라 중앙대학교 팔라티 알레쉬 시누 교수 연구팀은 인도 카르나타카주 코다구 지역 5개 농장에서 수집한 야생 사향고양이(아시아 일반 사향고양이)의 배설물 샘플 68개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 배설물에서 분리한 ‘로부스타’ 품종의 커피 원두와 농장에서 사람이 직접 수확한 로부스타 원두의 화학 성분을 비교했다. 이 연구 결과는 10월 23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됐다.
연구들이 채집하기 전 현장에서 촬영한 아시아 사향고양이의 배설물(scat) . [사진 출처=Ramit Mitra]
연구팀은 원두를 볶지 않은 ‘생두’ 상태에서 성분을 분석했다. 그 결과, 사향고양이를 거친 원두는 사람이 수확한 원두보다 총 지방 함량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분석 수치상 배설물 원두의 지방 함량은 평균 8.36%로, 일반 원두의 5.95%보다 높았다. 지방은 커피의 향과 맛 프로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더욱 주목할 만한 차이는 ‘지방산 메틸 에스테르’(FAMEs)라는 화합물 그룹에서 발견됐다. 사향고양이 원두는 ‘카프릴산 메틸 에스테르’와 ‘카프르산 메틸 에스테르’ 두 종류의 FAMEs 수치가 일반 원두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 화합물들은 식품에 유제품과 같은 부드러운 향과 풍미를 더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화학적 차이가 사향고양이의 소화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자연 발효’(natural fermentation) 과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향고양이가 커피 열매를 먹으면 과육은 소화되고 원두(씨앗)만 배설되는데, 이 과정이 약 12시간 정도 걸릴 수 있다. 이 시간 동안 원두가 동물의 소화액과 장내 미생물(박테리아)에 노출되면서 발효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화학적 구성이 변한다는 것이다.
반면, 커피의 각성 효과를 내는 ‘카페인’과 ‘총 단백질’ 함량은 두 그룹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또한 사향고양이가 배설한 원두가 사람이 딴 원두보다 크기가 더 큰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사향고양이가 먹이로 더 크고 잘 익은 열매를 선호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은 볶지 않은 생두를 대상으로 했으며, 실제 커피 맛을 결정하는 로스팅(roasting) 과정에서 원두의 화학 성분은 또 한 번 크게 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연구는 ‘로부스타’ 품종에 한정됐으므로 ‘아라비카’ 등 다른 품종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AI 요약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인 ‘코피 루왁’의 독특한 풍미는 아시아 사향고양이의 소화 과정을 통해 형성된 화학 성분에 기인한다. 연구팀은 배설물에서 분리한 원두의 지방 함량이 일반 원두보다 유의미하게 높고, 특히 ‘지방산 메틸 에스테르’ 수치가 두 배 이상 높은 것을 확인했다. 이 연구 결과는 자연 발효 과정이 원두의 화학적 구성을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향후 다른 커피 품종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4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