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석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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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회에서 상원 역할을 하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최근 행태를 보며 나라의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국회 법사위는 대법원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앉혀놓은 채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 대한 질의를 계속했다.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등을 상대로 질의를 자제하던 관행은 지켜지지 않았다. 국정감사가 재판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실시돼선 안된다고 정한 국정감사및조사에관한법률도 무시됐다.
앞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측 법사위 간사로 내정된 나경원 의원을 간사로 선임할 수 없다며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고, 표결로 이를 거부했다. 다른 당의 상임위 간사 선임을 방해한 적이 없던 관례를 어긴 것이고, 상임위 간사를 호선(互選)하도록 하고 있는 국회법을 위반한 것이다. 모두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같은 법사위에서의 절차 파괴가 수시로 ‘민주주의’를 거론하며 ‘선출권력 우위’를 주장하던 민주당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야당을 취재하는 입장에서 보기에 민주당 의원들은 경제적 평등이나 민의에 반응해야 한다는 등의 가치를 절차 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민주정에서 절차는 한 부분이 아니라 그 자체이고 전부다. 이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특정한 내용의 공동선에 모두가 합의할 수는 없다는 전제에 기반한다. 그렇기에 민주정은 다수의 횡포를 방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절차를 통해 (합의가 어려운) 합리적 최선이 아닌 가능한 차선을 선택한다.
관례를 포함한 제도와 절차는 우리 각자가 추구해야 할 가치 만큼 중요하다. 아니 최소한 국회에서 만큼은 가치보다 절차가 더 중요하다. 야당의 간사선임을 방해하고, 대법원장을 앉혀놓고 재판에 개입하는 등의 절차파괴 행위는 이를 통해 무엇을 추구하든 상관없이 그 자체로 민주정을 잠식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 법사위는 별로 가치로워 보이지도 않는 일을 위해 국회 절차와 관례를 무시했다. 우리 헌법이 예기한 민주정에서 절차에 대한 존중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민주당이 한 번 더 생각해주길 바란다.
AI 요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대법원장 조희대와 헌법재판소장에 대한 질의를 통해 국정감사의 절차를 무시하고, 재판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동을 보였다. 민주당 주도의 법사위는 야당의 간사 선임을 방해하는 등 과거 관례를 어긴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만들었다. 이러한 절차 파괴는 민주정의 근본을 훼손하는 행위이며, 법과 절차에 대한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3 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