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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텃밭 가꾼 베트남 전자 생태계…돈은 중국 기업이 쓸어간다

헤드라인 2025-10-22 10:40 매일경제 원문 보기
AI 요약

하노이에 외국기업들의 진출이 급증하며 특히 한국 기업들이 전자산업 생태계를 건설하고 활성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베트남 투자액은 30억8190만 달러로 2위를 기록했으며, 기존 투자의 증액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중국 기업들도 베트남으로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한국의 이점이 도전받고 있는 상황이다.

美관세폭탄 피해 베트남으로 中 기업 신규프로젝트 600개 BYD·럭스웨어·하이센스… 베트남으로 생산기지 다각화 韓 터 닦은 인프라에 올라타 “코리아타운에 중국인 물결”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 긴장 “하노이의 대표적인 코리아타운이었던 미딩에 외국인들 모습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코로나19 이후 외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들어오는 속도가 엄청나다.” 올해 상반기까지 베트남 주재원으로 있던 한 한국 기업인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가 변모하는 모습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외부 전경. 롯데쇼핑 베트남에 한국,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 외국 기업들이 앞다퉈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베트남에 일찌감치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자리를 꿰차는 모습도 보인다. 미·중 무역갈등이 본격화한 최근 몇 년간은 중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이 눈에 띈다. 베트남은 한국 기업들이 만들어놓은 전자산업 생태계가 건실해 정보기술(IT) 관련 제조업이 진출하기 좋은 환경이다. 특히 베트남 북부는 한국 전자업체들이 중국에서 탈출하며 제조기지를 건설해 생태계가 성공적으로 구축돼 있다. 한국 기업들도 베트남 외에 투자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베트남 지역에 전자산업 생태계가 커지면서 여기에서 얻는 기회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납품을 하기 위해 베트남에 진출했던 삼성과 LG계열 부품회사들은 베트남에 위치한 서버 제조기업이나 세트 제조기업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2022년 이후 베트남에 1조원 이상을 투자했고, LG이노텍도 1조3000억원을 투자한 공장이 올해 9월 준공을 마쳤다. 22일 베트남 재무부와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은 30억8190만달러를 베트남에 투자해 전체 순위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싱가포르로 46억달러를 투자했다. 3위는 25억달러를 투자한 중국이 차지했다. 실상을 보면 한국은 대부분 기존 투자 프로젝트를 증액한 것으로 기존에 진출한 기업들이 공장을 확장한 것이다. 신규 프로젝트 기준으로 할 경우 한국의 순위는 2억3280만달러로 8위까지 밀려난다. 중국은 금액 기준 3위이지만 신규 프로젝트는 가장 많은 600개에 달한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기 위해 베트남으로 몰려드는 형국이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신형 반도체가 탑재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베트남에서 생산한다. 새롭게 준비 중인 가정용 스마트홈 기기도 BYD의 위탁생산 사업부를 통해서 준비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애플은 에어팟과 애플 워치를 이미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메타는 고어텍을 통해서 베트남에서 퀘스트 MR헤드셋 등을 생산하고 있다. 애플의 주요 위탁생산 업체 중 하나인 럭스쉐어는 베트남 북부의 박장성과 베트남 중부의 응에안성에 10억달러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대만 기업으로 애플의 제1 위탁생산 기업인 폭스콘도 지난해부터 베트남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전자제품 위탁생산 기업들의 고객인 미국 빅테크 업체들이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생산지를 다각화하고 있는 것이다. 위탁생산 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들과 직접 경쟁하는 중국 전자 업체들도 베트남에 투자를 늘리며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OLED 제조업체인 BOE는 지난해 베트남 남부에 2억7500만달러를 투자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OLED 디스플레이를 납품하기 위해서다. TCL·하이센스같이 한국 TV 기업과 경쟁하는 회사들도 베트남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악수하는 모습. 2025.04.16 [사진=신화 연합뉴스] 중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몰려드는 것은 미·중 갈등이 커지면서부터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산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가 얼마나 높아질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20%로 확정된 베트남에서 생산을 늘리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때부터 베트남에 조금씩 진출이 늘어났던 중국 기업들은 중국 외에 대안을 찾는 ‘차이나+1’이 시작되면서 유입 속도가 빨라졌다. 여기에 최근 미·중 간 무역협상으로 대규모 관세가 부과될 것이 예고되면서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를 두고 한국이 구축해놓은 전자산업 생태계에 중국 기업들이 들어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은 2008년 박닌성에 휴대폰 공장을 건설하며 베트남에 투자를 시작했고, 이후 타이응우옌과 호찌민, 하노이에서 5개의 생산 판매 법인과, 1개의 연구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총투자 자본은 232억달러로 베트남 해외 투자 1위 기업이다. LG전자는 더 이른 1995년에 베트남에 진출하고 하이퐁에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공장을 구축해놓았다. 베트남 내 총등록 투자 자본은 90억달러 이상이다. 베트남에서 삼성전자에 부품을 납품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 A씨는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투자해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고 인력을 교육시켰는데, 중국 기업들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현재 전자산업에서 중국을 대체할 만한 지역은 베트남뿐”이라고 설명했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2 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