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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유흥·도박 빚 구분 못해”...채무조정 ‘배드뱅크’ 허점 드러나

헤드라인 2025-10-22 08:56 매일경제 원문 보기
AI 요약

정부가 채무조정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사행성 채무를 선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확인됐다. 금융회사는 대출자의 업종이 사행성인지 여부만 파악할 수 있으며, 개인이 도박이나 투자 실패로 인한 채무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대부업체의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불공정한 채무 탕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채권 보유 주체 따라 탕감 여부 갈려 캠코, 도박빚 현실적으로 선별 불가능 정부가 채무조정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을 추진 중인 가운데, 유흥·도박·투자 등 사행성 채무를 선별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정부 답변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배드뱅크는 취약계층의 재기를 돕겠다는 취지로 출범하지만, 일괄 매입 방식이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답변서에 따르면, 캠코는 “금융회사는 개인사업자 대출 시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른 업종코드를 통해 사행성 채권 여부를 확인한다”며 “주요 금융회사에서는 사행성 업종에 대한 대출을 내규상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윤한홍 의원이 “개인사업자의 업종이 사행성·유흥업으로 확인되는 채권이 아닌, 개인이 도박이나 투자 실패로 인해 진 빚을 구분해낼 수 있느냐”는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즉 금융회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대출자의 업종이 사행성인지 여부’에 한정된다. 개인이 생활고로 빚을 냈는지, 도박·투자 실패로 빚을 냈는지 등은 채무자가 자발적으로 밝히지 않으면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묻지마 탕감’ 논란과 성실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장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윤한홍 의원실 제공] 또 대부업권은 2022년 출범한 새출발기금에도 참여하지 않은 데 이어 이번 새도약기금에도 협조하지 않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국정감사에서 “대부업 상위 10개사가 협조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으나 새도약기금 참여 가능성 역시 낮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부업권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채권 보유 주체에 따라 탕감 여부가 달라지는 불공정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대부업계는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민간 보유 부실채권 12조9000억원 중 52.3%(6조7000원)를 보유하고 있다. 은행이 보유하던 채권을 대부업체에 매각한 경우 같은 차주라도 탕감 대상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캠코 관계자는 “대부업권 협약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정책당국, 한국대부금융협회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 대출이 어려워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취약계층은 빚 탕감 혜택을 받지 못하는 반면, 코인·도박·유흥 등 도덕적 논란이 있는 채무는 선별이 어려워 탕감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재기 지원 정책이 오히려 불공정·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한홍 의원은 “정책의 세심한 설계나 검토 없이 금융 포퓰리즘식으로 밀어붙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논란과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며 “대부업권의 새도약기금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2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