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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없으면 청약도 포기할 판”…잔금 대출규제에 청약예정자들 어쩌나

헤드라인 2025-10-22 06:10 매일경제 원문 보기
AI 요약

과도한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 강화로 서울과 경기도에서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분양받은 주택의 시세가 15억원을 초과할 경우 주담대 한도를 대폭 축소함에 따라 실수요자들은 집값이 저렴한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청약을 포기할 가능성이 커졌다. 결과적으로 청약 시장은 강남과 비강남 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현금 부자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입주시세 15억 초과 땐 대출 한도 줄어 래미안트리니원 등 로또분양 현금없으면 ‘그림의떡’ “사회적 불평등 논란 커질수도” 서울시내의 한 대중은행 대출창구를 찾는 고객 모습 [매경DB] 과도한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 강화로 청약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서울과 경기 12곳에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뒤 입주 시점에 시세가 15억원을 넘으면 주택담보대출로 내 집을 마련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22일 금융당국·은행권에 따르면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라 분양받은 주택의 잔금 시점에 시세가 15억원을 넘으면 주담대 한도가 최대 6억원에서 4억원으로 줄어든다. 청약 예정자가 대출 불확실성이 커져 집값이 더 싼 곳으로 하향 지원하거나 포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16일 서울 전역과 경기 지역 12곳의 주담대 담보인정비율(LTV)을 40%로 하향 조정했다. 주택 시가별 대출 한도는 25억원 초과 2억원,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4억원, 15억원 이하 6억원 등으로 고가일수록 대출이 줄어드는 구조다. 현금이 모자란 실수요자의 전세금 활용도 차단했다. 앞서 6·27 대책은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해 전세보증금으로는 잔금을 충당하지 못하도록 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주담대 최대 한도는 잔금 대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분양가가 높은 서울 인기 지역에서는 현금 여유가 있는 수요자만 청약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약 후 입주까지 기간이 짧은 단지는 잔금 일정이 빠듯해 자금 계획이 필수”라면서도 “분양 단지는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받지 않아 임대가 가능한 부분을 고려해 청약에 나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금없으면 ‘그림의떡’ 될듯 래미안 트리니원 조감도 [삼성물산 건설부문] 실수요자의 청약 셈법은 복잡해진 반면 현금 부자의 로또 청약 문턱은 되레 낮아졌다. 대출 한도 축소와 실거주 의무에 더해 재당첨 제한 규제까지 강화돼서다. 이번에 대출 규제를 받는 서울과 경기 지역은 모두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최대 10년간 재당첨이 제한된다. 이르면 이달 말 입주자 모집공고를 낼 예정인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 트리니원’(서초구 반포1단지 3주구 재건축) 역시 잔금대출 한도가 2억원 또는 4억원으로 제한될 전망이다. 이 단지는 지난달 분양가심사위원회를 통해 3.3㎡당 8484만원으로 분양가를 확정했다. 예상 분양가는 전용 59㎡ 약 21억원, 전용 84㎡ 약 28억원이다. 인접한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59㎡가 지난 8월 42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전용 84㎡의 경우 같은 달 71억5000만원에 손바뀜한 것과 비교하면 2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이 예상되지만 현금 부자가 아니라면 청약 도전 자체를 할 수 없다. 이달 중 분양공고가 예정된 ‘아크로 드 서초’도 전용 59㎡의 분양가가 20억원 선으로 책정될 전망이라 대출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 서초동 신동아1·2차를 재건축하는 이 단지는 1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이 예상된다. 연내 분양이 예정된 잠원동 신반포21차 재건축 ‘오티에르 반포’도 상당한 시세차익이 기대되지만 대출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당수 실수요자가 울며 겨자 먹기로 ‘하향 지원’을 하거나 아예 청약을 포기하고 매수·전세 연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청약시장이 강남과 비강남으로 양극화될 가능성도 있다.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와 용산구 이외의 지역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강남 주요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만, 가격 자체가 높아 현금 부자나 자산가만 청약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며 “사회적 불평등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2 1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