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첫 女총리 다카이치, 공격적 확장재정 예고
적자 국채 발행 적극 활용하고
日銀 금리인상 속도 조절 압박
일각선 “아베 때와 상황 달라
지금은 일본도 인플레 국면”
확장재정 땐 물가 급등 우려
21일 총리 관저로 들어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 [AP 연합뉴스]
“시장은 ‘사나에노믹스’를 기대하고 있다.”
21일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신임 총리로 선출되면서 시장은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베노믹스’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다카이치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 4일 다카이치 총리의 자민당 총재 선출 이래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8%가량 올랐다. 일본유신회와의 연립 정권이 확정된 20일과 총리로 선출된 21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당 엔화값도 150엔대를 넘어 151엔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해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당선 이후 증시가 폭락하고 엔화값이 강세로 돌아선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총재 선거 유세 때 대담한 공적투자를 통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지원하고 완화적인 금융 환경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적자 국채 발행도 용인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과거 아베노믹스가 취해온 정책과 일맥상통한다는 분석이다. 아베노믹스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2012년 12월부터 추진한 경제 정책이다. 과감한 금융 환화, 확장적인 재정 정책, 구조 개혁을 통한 성장 등 소위 ‘세 개의 화살’이 핵심이다.
이와 유사하게 다카이치 총리도 적극 재정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고물가 대책의 재원으로 적자 국채 발행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는 정부의 세입보다 세출이 많아져 발생하는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적자 국채는 국가 부채를 늘리는 주요인 중 하나다. 가뜩이나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240%로 주요 20개국(G20) 중에서 가장 높다. 여기에 적자 국채가 발행될 경우 미래 세대의 부담을 늘리게 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부채 비율이 커 보이는 것을 줄이기 위해 다카이치 총리는 국가 채무에서 금융자산을 뺀 ‘순채무잔액’을 재정 건전화의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며 “이 경우 분자가 작아져 GDP 대비 부채 비율은 136%까지 떨어지지만 여전히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나쁘고 눈속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난해 총재 선거 때에는 일본은행에 대해 “금리를 지금 올리는 것은 바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는 “재정 정책도 금융(통화) 정책도 책임져야 할 것은 정부”라고 강조했다.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평가다.
다카이치 총리는 2012년에는 일본은행 총재의 해임권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아베 전 총리가 일본은행에 대규모 금융 완화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를 언급했고, 자민당 정책 책임자였던 다카이치 총리는 주요 검토 사항으로 이를 추진한 것이다.
21일 총리 관저로 들어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 [EPA 연합뉴스]
아베노믹스 시즌 2를 연상시키는 정책에 대해 시장에서는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우선 디플레이션 환경이었던 아베 전 총리 때와 달리 지금은 연평균 2%의 완만한 물가 상승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내각부 추계에 따르면 일본 경제의 수요와 공급의 차이를 나타내는 수급 갭은 지난 2분기에 0.3%를 기록하며 8분기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적극 재정 등으로 수요를 늘릴 경우 수급 갭의 격차가 커지면서 물가 상승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기준금리마저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달러 대비 엔화값은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에너지를 포함한 수입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또 다시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높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다카이치 총리가 재무상으로 기용하는 가타야마 사쓰키 전 지방창생상이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여왔다는 점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대장성(현 재무성) 관료 출신인 가타야마 재무상은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가운데 엔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꾸준히 제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일본 국회에서 열린 총리 지명 선거에서 투표를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연합뉴스]
여기에 다카이치가 총리로 당선되는 데 ‘킹 메이커’ 역할을 했던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재무상을 지낸 균형 재정론자이기 때문에 지나친 확장 재정에 일정 부분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우치야마 유 도쿄대 교수는 “다카이치 총재 경제 공약의 핵심은 성장”이라며 “보수층이 좋아하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종합적인 국력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성장 투자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다카이치 내각에서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관방장관에는 기하라 미노루 전 방위상(56)이 기용됐다. 옛 모테기파 출신으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정기적으로 참배하는 인물이다.
AI 요약
다카이치 사나에가 신임 총리로 선출되면서 시장은 '사나에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 증시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8% 상승했다. 그는 과감한 공적투자를 통한 경기 부양 정책을 예고하며 적자 국채 발행도 염두에 두고 있는데, 이는 일본의 높은 부채 비율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의 정책이 과거 아베노믹스와 유사하나, 현재의 경제 환경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1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