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으로

“경기 불황기의 광고, ‘단어 하나’만으로도 OK” [인터뷰]

헤드라인 2025-10-21 09:16 매일경제 원문 보기
AI 요약

경기 불황기에 많은 기업들이 광고비를 줄이지만, 제일기획의 김윤호 팀장은 브랜드의 힘이 경기가 회복될 때 소비자 선택을 받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칸 라이언즈에서 수상한 혁신적인 광고 캠페인 사례를 통해 불황에도 브랜드의 가치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였다. 마케팅은 단순한 광고를 넘어서 기업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며,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고 에이전시를 홍보하는 마케터 제일기획 국제광고제 전담 김윤호 “잠못든 고객에 DM 보낸 이케아 북미서 매트리스 매출 36%↑“ 신간 ‘브랜드를 살리는 칸 마인드’를 펴낸 김윤호 제일기획 크리에이티트 랩 팀장. 김재훈 기자 경기 불황기의 기업들은 광고비부터 줄인다. 생존을 위해 허리띠 졸라매는 시국에 상당한 부담이어서다. 광고를 하더라도 당장 매출에 도움될 제품 광고를 선호하지, 브랜드 가치 구축 같은 거창한 숲을 보긴 힘든 때다. 그러나 경기 침체와 회복의 사이클을 경험해본 광고인들은 여기서도 ‘역발상’을 제안한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국내 대표 광고 에이전시 제일기획의 김윤호 크리에이티브 랩 팀장도 “브랜드의 힘이 강해야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할 때 소비자 선택을 받는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의 추세도 다르지 않다. 김 팀장은 제일기획에서 20년 가까이 국제 광고제 업무를 맡고 있다. 과거엔 광고 제작팀이 개별적으로 공모하는 수준이었다면, 김 팀장이 이 일을 맡은 2008년부터는 전담팀을 두고 매년 사내에서 400~500개의 작품 중 국제 광고제에 선보일 출품작을 뽑는다. 특히 매년 6월 프랑스 남부 칸에서 영화제 직후 열리는 ‘칸 라이언즈’는 세계 최고 권위로 꼽힌다. 올해 30개 부문에 세계 각국의 광고·캠페인 2만6900여 점이 나왔고, 이 중 800여 점(약 3%)만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 팀장은 이곳을 무대로 제일기획의 출품작을 홍보해 왔다. 신간 ‘브랜드를 살리는 칸 마인드’(스리체어스 펴냄)에선 칸 라이언즈 수상작을 중심으로 기업을 살린 혁신 마케팅, 인식 전환을 이끌어낸 캠페인 등을 열정, 경계, 뚝심, 포용성 등 키워드별로 소개한다. 특히 지난 2023년 칸 라이언즈에서 ‘올해의 광고 회사상’ 등을 휩쓴 독립 광고사 ‘거트(Gut)’는 광고 캠페인 하나로 브라질에 큰 내수진작 효과를 가져온 사례다. 경기 침체기의 연말 시즌에 진행된 온라인 상거래 회사 메르카도 리브레의 ‘악수 사냥’ 캠페인으로, 방송 화면에 악수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실시간 할인 쿠폰을 주는 독특한 프로모션을 펼쳤다. 온라인상 흔한 ‘타임 세일’과 차별화한 아이디어로 캠페인 자체가 입소문을 탔고, 사상 최고의 매출 성과도 창출했다. 김 팀장은 “거트는 자신들의 브랜드를 ‘용기’라는 한 단어로 정의한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브랜드 원 워드’(Brand One Word)라는 툴을 제시했어요. 브랜드를 상징하는 핵심 단어가 하나 있다면, 불황이든 호황이든 그 기업은 소비자 마음속에서 죽지 않는다는 거죠. 힘든 시기 매출에 목말라 당장 눈앞만 보이겠지만, 멀리 보는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경기 불황기에도 ‘브랜드’는 중요 비용 낮아도 아이디어는 번뜩여 “경기 살아나면 소비자가 먼저 선택“ 창의적 시도를 ‘돈’으로만 바라볼 필요도 없다. 김 팀장은 “예산이 작다고 해서 사람이 투입돼 만들어낸 아이디어가 헐값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올해 칸 라이언즈에서 수상한 이케아의 ‘U Up?’(자니?) 캠페인을 보자. 이케아는 자신들의 매트리스를 알리기 위해 새벽 시간대 잠 못 든 이들에게 인스타그램 무료 메시지(DM)로 매트리스 할인 쿠폰을 보냈다. 매트리스 매출은 전년 대비 36% 성장했다. 세계 어디서나 창의성은 일상의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경계를 깨트리고 인식을 전환하는 데서 발휘된다. 한국 광고계도 그간 비약적인 성장을 하며 칸 라이언즈 등에서 수상 성과를 올렸다. 다만 규모 대비 크리에이티브 수준은 아직 낮은 편이다. 글로벌 광고기업 Zenith의 전망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광고 집행비 95억1700만 달러(한화 약 13조 5300억원)로, 미국·중국·일본(1~3위) 등에 이어 13위다. 반면 수상 성과 등을 합산한 ‘크리에이티브 100’에선 33위에 머물고 있다. 김 팀장은 “아직 국내에선 광고를 하나의 산업으로 보는 인식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어느 날 펼쳐본 아이 교과서에 ‘광고엔 과장이 섞여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문구를 보고 씁쓸했단다. 그 역시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을 포장하는건 사기”라고 단언하면서도 “환영받을 만한 것을 더 성공하게 만드는 게 진짜 마케팅”이라고 강조했다. 마케팅은 이제 광고 업계를 넘어 기업 생태계 전체를 좌우한다. “20년 전 ‘칸 라이언즈’는 광고업계만의 리그였어요. 하지만 이제는 엔터테인먼트, 기술, 커머스, 플랫폼의 경계가 허물어진 그야말로 크리에이티브의 현장이죠. 점점 더 정교해지고 발전하고 있는 만큼 ‘광고 산업’의 진흥을 위한 관련 지원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1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