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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실물이전 1년 … 5대은행서 1.5조 썰물

헤드라인 2025-10-21 08:52 매일경제 원문 보기
AI 요약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도입된 이후 5대 시중은행에서 총 1조5210억원이 유출되었으며, 특히 은행에서 증권사로의 이동이 두드러졌다. 수익률 면에서도 은행이 증권사와 보험사에 비해 낮아, 소비자들의 이동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들은 수수료 인하 및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DB·DC형서 각 4000억 이탈 IRP서 가장 많은 7천억 빠져 증권보다 낮은 수익률이 원인 수수료인하·상품군 확대나서 작년 10월 31일부터 허용된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를 통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서만 약 1년간 1조5210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견고했던 은행 중심의 퇴직연금 시장 구도가 실물이전 제도 도입을 계기로 흔들리는 모습이다. 21일 5대 은행에 따르면 작년 10월 말 실물이전 제도가 시작된 이후 올해 9월 말까지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에서 각각 4471억원, 4010억원이 순유출되면서 총 8481억원이 증권사와 보험사 등으로 이동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에서도 약 1년간 6720억원이 빠져나갔다. 총 1조5000억원이 넘는 퇴직연금 자금이 5대 은행에서 증권사와 보험사 등으로 간 것이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이란 기존에 보유한 퇴직연금계좌를 해지·매도 없이 타 금융사로 이전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증권사로, 증권사에서 보험사 등으로 자신의 퇴직연금 계좌를 옮기려면 과거에는 기존 상품 가입을 해지해야만 했다. 이럴 경우 복리 혜택 등이 사라지는 단점이 있었다. 이 같은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작년 10월 31일자로 실물이전 제도가 도입됐고,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금융사로 계좌를 이동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기존 퇴직연금 시장의 60%를 차지하던 은행에서 증권사로 넘어가는 움직임이 가장 크게 포착된다. DB형의 경우 회사가 직원들 퇴직금을 관리하는 방식이어서 기업과 금융사 간 협상을 통해 이동하는 것이지만, 개인이 운용하는 DC형과 IRP의 경우 이동 수요가 더 크게 발생한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실제 수익률을 봐도 은행은 증권사는 물론 보험사에도 밀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DB형·DC형·IRP의 원리금보장형과 원리금비보장형에서 은행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경우는 단 하나도 없었다. 특히 IRP에서는 원리금보장형·비보장형 모두 증권사가 은행과 보험사를 앞섰다. IRP에선 원리금보장형의 경우 증권사 수익률이 3.94%인 데 반해 은행은 2.78%에 그쳤고, 비보장형의 경우 증권사 수익률이 6.54%로 은행(6.4%)과 보험사(6.1%)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최근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는 증시도 증권사로의 이동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증시가 좋을 때는 특히 증권사들이 운용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은행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다양하고 매력이 있어 소비자가 많이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퇴직연금 사수에 비상이 걸린 은행들은 수수료 인하와 포트폴리오 추가 구성 등의 카드를 내놓으며 총력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비대면 IRP 가입 고객 중 적립금이 5000만원 이상인 고객에게 퇴직금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 기존 부과되던 연 0.38%의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하나은행도 연말까지 IRP 고객 300명에게 스타벅스 커피쿠폰과 신세계 모바일 상품권 등을 증정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11월부터 IRP와 DC형 고객이 ETF와 타깃데이트펀드(TDF)를 매수하면 그 금액에 따라 경품을 주는 행사를 준비 중이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1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