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으로

그리스 신화를 통해 비춘 현대 도시의 폭력과 탐욕

헤드라인 2025-10-21 08:13 매일경제 원문 보기
AI 요약

국립극단이 고대 그리스 신화의 테베를 재구성한 5부작 '안트로폴리스'를 무대에 올린다. 2023년 초연된 이 작품은 신화적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대도시의 폭력과 탐욕을 반영하며, '프롤로그'와 1부 '디오니소스'가 공연된다. 공연은 이달 26일까지 진행되며, 2부 '라이오스'는 다음달 6일부터 시작된다.

테베 왕가의 비극 탐구한 국립극단 '안트로폴리스' 26일까지 명동예술극장 국립극단의 5부작 연극 '안트로폴리스'의 1부 '프롤로그/디오니소스'의 한 장면. 극의 전개에 스크린을 핵심 도구로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국립극단 국립극단이 고대 그리스 신화 속 테베의 흥망성쇠를 재해석한 5부작 '안트로폴리스(Anthropolis)'를 무대에 올린다. 2023년 초연된 독일 극작가 롤란트 시멜페니히가 쓴 작품으로, '디오니소스' '라이오스' '오이디푸스' '이오카스테' '안티고네' 등 신화적 인물들의 이야기가 시간순으로 이어지며 고대 비극의 서사를 거울 삼아 현대 대도시의 폭력과 탐욕을 비춰본다. 이번 작품은 2026년까지 이어질 대장정의 서막으로, '프롤로그'와 1부 '디오니소스'가 20분의 인터미션을 두고 연이어 공연된다. '프롤로그'는 카드모스가 용을 베고 그 이빨에서 솟아난 다섯 남자와 함께 도시를 세우는 신화를 따라간다. 이들이 세운 도시는 번성하며 우물과 집, 성벽이 세워지고, 문자와 글이 생겨난다. 배우들은 단어를 이어 말하고 전령이 이를 전달하는 장면을 반복하며, 언어의 속도가 점차 빨라져 문명의 가속을 시적으로 표현한다. 도시는 이내 영화관과 극장, 대로와 공장이 들어서며 믿음과 두려움, 미신과 사이비, 라디오·신문·유튜브 같은 매체로 가득 찬 현대 도시로 변모한다. '프롤로그'가 도시의 탄생을 추상적으로 그렸다면, 1부 '디오니소스'는 보다 전통적인 서사로 전개된다. 새 신 디오니소스가 자신이 태어난 도시 테베로 돌아오지만, 왕 펜테우스는 그를 부정하며 맞선다. 그러나 디오니소스와 펜테우스의 대립이 심화되면서 극은 점차 무거운 비극으로 기운다. 초반의 경쾌한 리듬은 절제된 슬픔으로 바뀌고, 마지막에는 별다른 장치 없이 흰 조명 두 개만 켜진 무대 위에서 카드모스와 아가우에가 아들을 잃은 슬픔을 절규한다. 화려하고 익살스럽게 시작된 무대는 처절한 고통으로 끝난다. 국립극단은 이달 26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프롤로그와 1부 '디오니소스'를 공연하며, 다음달 6~22일 같은 장소에서 2부 '라이오스'를 무대에 올린다. 3~5부는 내년 공연이 예정돼 있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1 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