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법 시행규칙 입법예고
내년부터 제3국 조립제품 대상
올 무역위 제소 66%가 中제품
피해품목 시장규모 2.9조 달해
부산항 신항 전경. 최근 신항 터미널 운영사들의 하역료 덤핑이 심해지면서 연간 수천억원의 국부 손실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산항만공사]
반덤핑 조치를 피하기 위해 제3국에서 제품을 조립하거나 일부를 가공한 뒤 우회적으로 수출하는 이른바 ‘우회덤핑’에 대해, 이르면 내년부터 한국 정부가 반덤핑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글로벌 무역장벽이 높아지면서 직접적인 수출이 어려워진 일부 해외 기업들이 제3국을 경유해 반덤핑조치를 회피하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1일 정부 안팎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수출국이나 수입국이 아닌 제3국에서 조립・완성한 제품에 대해 우회덤핑을 판단하는 세부 기준인 ‘관세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은 올 8월 기재부가 제3국 등을 이용해 관세를 회피하는 경우까지로 우회덤핑 과세 범위를 확대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당초 정부는 수출국에서 제품을 ‘경미하게’ 변경하는 경우만을 우회 덤핑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수입・수출국이 아닌 제3국에서 조립・완성하는 경우도 제재할 수 있다. 이때 ‘제3국 조립 완성・여부’를 판단하는 세부 기준이 이번에 마련되는 것이다.
세부 기준은 총 6가지다. △가공 공정의 성격 △소요 비용 △투입된 생산설비 수준 등 투자 규모 △덤핑 물품 공급국의 부품 및 원재료 비중 △제3국에서 발생한 부가가치 비중 △덤핑조사 전후 덤핑 물품이나 관련 부품·원재료 등의 교역 변화 등이다. 정부는 이들 항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며, 제3국에서의 가공 수준이 낮을수록 우회덤핑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 관세청 관계자는 “예컨대 중국이 베트남에 원재료를 보내 가공한 후 한국으로 수출할 경우, 중국에서 바로 들어와야 할 물품인데 덤핑방지 관세를 피하려고 베트남에서 생산한 척 하는 게 아닌지를 판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회덤핑에 대한 관세 부과는 미국이 이미 실시하고 있다. 냉연제품을 생산하는 한국기업 A사는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두고 냉연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해왔다. 중간공정에 해당하는 ‘일관공정’은 한국에 위치한 본사에서, 마무리공정은 베트남에서 진행했다. 하지만 미국 상무부는 이에 대해 ‘우회 수출’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아울러 무역위원회는 ‘특별시장상황(PMS)’과 ‘불리한 가용 정보(AFA)’ 등 새 조사 기법을 도입할 방침이다. PMS는 특정 국가 상황을 비정상이라고 판단할 경우 해외 기업이 제출한 제조 원가를 배척한 뒤 조사당국이 재량으로 가격을 산정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고, AFA는 조사에 비협조적인 해외 기업을 상대로 불리하게 관세를 산정하는 제도다.
한국 무역당국이 문턱을 높이려는 까닭은 외국 기업들의 저가 수출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다. 올해 국내 기업들의 반덤핑 제소 건수는 9월말 현재 12건이다. 종전 최대치인 2002년 11건을 넘어섰다.
특히 올해 8건은 ‘중국산 제품’이었다. 대표적으로 광섬유와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필름, 산업용 로봇은 이미 무역당국의 산업 피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부틸아크릴레이트(LG화학), 봉강(세아베스틸·세아창원특수강), 아연도금냉연(동국CM·KG스틸·세아CM) 등도 각 기업들의 신청으로 무역위의 조사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실제로 덤핑 피해 품목의 시장 평균 규모는 2021년 1500억원, 2023년에는 540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조 92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덤핑 행위로 영향을 받는 각 품목의 국내 시장 규모를 산술평균한 값으로 갈수록 사건이 대형화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서는 저가 철강과 석화제품에 대한 비중이 늘어나고 있고, 광섬유 등 새로운 품목의 덤핑 조사 신청도 늘어나고 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미국 시장에 관세로 인한 진입장벽이 생겼기 때문에 미국으로 못들어가는 상품들은 제3국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며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같은 국가들도 저가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AI 요약
한국 정부는 내년부터 제3국에서 제품을 조립하거나 가공한 후 우회적으로 수출하는 ‘우회덤핑’에 대해 반덤핑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무역장벽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외국 기업들이 반덤핑 조치를 회피하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새로운 기준은 총 6가지 항목으로 구성된다. 올해 국내 기업들의 반덤핑 제소 건수는 12건으로 2002년 최고치인 11건을 넘어섰으며, 특히 중국산 제품에 대한 조사가 집중되고 있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1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