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W영어 대표원장
1년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 10월은 영어로 ‘October’이다. 단풍이 짙어지고, 수확과 감사의 기운이 무르익는 달. 독일의 세계적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도 이 시기에 열린다. 달력 속 열 번째 달의 이름일 뿐 같지만, 필자는 수업 시간에 이 단어를 유독 오래 설명한다. 단순한 암기용 단어가 아니라, 역사와 문화, 언어의 원리까지 연결된 배움의 열쇠이기 때문이다.
October의 접두사 ‘Octo-’는 라틴어로 ‘여덟’을 뜻한다. 이 한 단어만으로도 수업 분위기는 확 바뀐다. 아이들은 “옥토퍼스(Octopus)요! 문어 다리가 여덟 개니까요!”라며 까르르 웃는다. 가끔은 엉뚱한 대답에도 호응해주면서 팔각형을 뜻하는 ‘Octagon’, 도레미파솔라시도, 여덟 개의 음으로 이루어진 ‘Octave(옥타브)’까지 연결하면 아이들의 눈빛은 금세 호기심으로 반짝인다. 하나의 어원이 여러 단어로 확장되는 걸 확인하는 순간, 단어는 외워야 할 목록이 아니라 살아 있는 지식으로 바뀐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손을 들고 이렇게 묻는 학생들이 있다. “Octo는 여덟인데, 왜 October는 10월이에요?”
그래, 이 질문을 기다렸다. 언어와 역사, 문화의 본질로 연결되는 첫 관문이어서다. 필자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 아이들의 사고는 멈칫하다가 곧 호기심으로 활짝 열린다. 학습이 암기에서 탐구로 바뀌는 찰나다.
해답은 고대 로마 달력에 있다. 원래 로마의 달력은 1년이 10개월로 구성되어 있었고, 3월(March)이 새해의 시작이었다. 이 체계에서는 September(Septem = 7)가 일곱째 달, October(Octo = 8)는 여덟째, November(Novem = 9)는 아홉째, December(Decem = 10)는 열 번째 달이었다. 이후 율리우스력이 도입되면서 1월(January)과 2월(February)이 앞에 추가되었고, 기존 달들이 두 칸씩 밀려 오늘날처럼 10·11·12월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름은 바뀌지 않고 그대로 남았다. 단어 하나에 시대의 변화와 문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사례다.
이렇게 배우는 경험은 단순히 철자를 암기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기억을 남긴다. 학문적으로는 ‘듀얼 코딩 이론(Dual Coding Theory)’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이론은 1971년 캐나다 심리학자 앨런 파이비오(Allan Paivio)가 제안한 것으로, 인간은 정보를 두 가지 방식—언어적(Verbal) 코드와 시각적(Visual) 코드—으로 처리하며, 이 둘을 동시에 활용할 때 학습 효과가 가장 높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단어를 단순히 글자로 외우는 것보다 이미지나 이야기, 역사, 상징과 함께 연결할 때 훨씬 강하게 각인된다는 뜻이다.
‘Octo’라는 단어 하나가 옥토퍼스, 옥타브, 옥타곤으로 뻗어나가고, 거기서 다시 로마 역사와 달력 체계로 연결되는 순간, 뇌는 언어 정보와 시각·맥락 정보를 동시에 활성화한다. 바로 이때 학습은 단기 기억을 넘어 장기 기억으로 뇌리에 굳게 박힌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이 배경지식의 중요성이다. 새로운 단어는 ‘기존의 지식’과 연결될 때 뿌리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연상은 빈 공간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그 기반이 되는 ‘지식의 토양’을 쌓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독서다. 책을 통해 얻는 다양한 배경지식은 단어 하나하나가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는 근원이 된다.
시사성 있는 콘텐츠를 접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영자신문을 읽으면서 ‘October’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단순히 10월이라고 지나치지 않고 “왜 Octo인데 열 번째 달이지?”라는 질문으로 사고의 갈래가 확장된다면, 그 단어는 단순한 정보가 아닌 살아 있는 앎으로 변한다. 배경지식, 이미지, 사고가 함께 작동하는 순간, 학습은 깊어진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단어를 암기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단어 하나가 얼마나 풍부한 연상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이다. 사고는 호기심을 낳고, 호기심은 탐구로 이어지며, 탐구는 오래 기억되는 지식으로 남는다. 이것이 진짜 학습이다.
10월, October. 이름 속에 ‘여덟’이 숨어 있는 열 번째 달은 이렇게 속삭인다. “단어를 외우지 말고, 연결하라. 지식을 채우지 말고, 살아 있게 하라.”
독서의 계절 가을, 책 한 권과 함께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권한다. 책장을 넘기며 단어와 역사, 문화와 이미지를 함께 껴안는 순간, 배움은 기억이 되고, 기억은 사고의 힘으로 확장된다. AI 시대라고 호들갑을 떨고, 찰나마다 변하는 것도 많지만, 여전히 가장 강력한 것은 ‘사고하며 배우는 힘’이다.
AI 요약
10월은 영어로 'October'라고 하며, 이 단어는 역사와 문화, 언어의 원리와 연결된 중요한 배움의 열쇠이다. 원래 로마 달력에서 10월은 여덟 번째 달로, 율리우스력이 도입된 후에도 그 이름이 그대로 남아 문화의 흔적을 보여준다. 학습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는 배경지식과 함께 연결하여 사고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책과 시사성 있는 콘텐츠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1 1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