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으로

신안 염전서 30여년 착취… 피해자 알고도 ‘분리 못 했다’는 경찰

헤드라인 2025-10-21 05:14 매일경제 원문 보기
AI 요약

전남 신안의 염전 주인이 지적장애인 노동력을 수십 년간 착취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인권보호 시스템의 허점이 지적되고 있다. 지적장애인 B씨는 1988년 실종된 후 신안 염전에서 30여 년간 일했으나, 최근 4년 6개월 간의 임금 6600여만 원을 지급받지 못해 A씨에게 벌금과 집행유예가 선고되었다. 경찰은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보호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취약계층 보호 체계의 한계를 드러내는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피해 알고도 미조치 법적근거 없었다 해명 인권보호망 또 허점 신안군 증도 염전. 전남 신안의 한 염전 주인이 지적장애인의 노동력을 수십 년간 착취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도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인권보호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전남경찰청과 법조계에 따르면 신안군의 염전 주인 A씨는 지난 2019년부터 약 4년 6개월 동안 지적장애인 B씨에게 임금 6600여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최근 벌금 3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B씨는 1988년 경기도 성남에서 실종된 뒤 신안 염전에 들어와 30여 년간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염전 노예 사건’ 당시에도 피해자로 인지됐지만, 그 이후에도 같은 염전에서 계속 일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경찰과 고용노동부 목포지청은 신안지역 염전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인권침해 수사를 진행했으나, B씨에 대한 분리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신안군이 지난해 다시 B씨의 실태를 파악해 수사를 의뢰했지만, 이후에도 피해자는 같은 염전에서 생활했다. 경찰은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피해자의 완강한 거부로 법적 조치를 취할 근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 가족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통화가 끊겼고, 문자메시지로도 답변이 없어 접촉이 어려웠다”며 “수사 초기부터 전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협조해 피해자를 설득했지만, 피해자가 병원 진료와 보호시설 입소를 모두 거부했다”고 밝혔다. 또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보호시설로 옮길 법적 근거가 없었다”며 “실종아동 등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가족 신고 이력이 확인되지 않아 행정적 조치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신안군 역시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군 관계자는 “피해자가 ‘가족이 없다’고 말하며 거처 이동을 거부했다”며 “관련 기관과 합동조사를 벌였지만 실질적인 보호조치는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고용노동부 목포지청의 조사를 통해 A씨가 수년간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송치했으며, 법원은 벌금형과 함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경찰은 또 다른 혐의인 준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 단계에서 기각됐다. 이후 염전은 지난해 10월 폐쇄됐고, 피해자 B씨는 광주 북구의 한 요양병원으로 옮겨져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전 부지를 소유한 A씨는 해당 부지에 태양광 시설 설치를 추진 중이다. 신안 염전의 강제노동 문제는 10년 전 전국적 공분을 샀던 ‘염전 노예 사건’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이 이어졌지만, 이번 사건은 여전히 지역 현장의 인권감시 체계가 미비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법조계 관계자는 “피해자의 의사 존중만으로 사실상 방임에 가까운 결과가 초래됐다”며 “지적장애인과 같은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조치 권한을 강화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1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