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미술관 ‘차원확장자’展
건축 자재처럼 언어 배열한 이상부터
영상처럼 보이는 회화 그린 정수정까지
문학·음악·기술 경계 허무는 미술
서울 관악구 서울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정수정 작가의 ‘보슈에게 보내는 답(Giving answers to Bosch)’ 
숲속에서 보랏빛 피부를 한 님프들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이들은 벌거벗은 몸으로 거대한 바위를 들어 올리거나 뒤엉켜 몸 싸움을 벌인다. 총을 든 이, 기도하는 이가 뒤섞인다.
2년 전 ‘프리즈 스타’로 떠오른 정수정 작가의 ‘보슈에게 보내는 답’은 강렬한 보색과 기묘한 인물 군상을 통해 관람객을 화면 속으로 빨아들인다. 회화지만 장면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영상을 보는 듯한 체험을 하게 한다.
이 감각적 충격은 서울대미술관 기획전 ‘차원확장자: 시·이미지·악보·코드’전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전시는 코드를 매개로 근대와 현재, 문학과 미술, 언어와 기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홉 작가의 작업을 한 자리에 모았다. 전시 제목 그대로 차원을 확장하는 예술의 실행력을 탐색하는 셈이다.
서울대미술관 기획전 ‘차원확장자: 시·이미지·악보·코드’ 전시 전경. 이상의 시 ‘오 마가쟁 드 누보테’가 쓰여 있다. 
전시는 이상의 시 ‘오 마가쟁 드 누보테(AU MAGASIN DE NOUVEAUTES)’로 시작한다. ‘사각 안의 사각 안의 사각 안의 사각 안의 사각’으로 시작하는 문장처럼 이상은 언어를 건축 자재처럼 배열하며 시적 형식을 실험했다. 경성의 미츠코시 백화점을 묘사한 이 시는 1930년대에 쓰였지만 여전히 낯설고 현대적이다.
서울대미술관 기획전 ‘차원확장자: 시·이미지·악보·코드’ 전시 중인 백남준의 ‘20개의 방을 위한 교향곡’ 모습. 
이어지는 공간은 백남준의 ‘20개의 방을 위한 교향곡’이다. 한 장짜리 악보 속에 ‘발길질’ ‘웃음소리’ ‘채찍질’ 같은 지시문이 흩어져 있다. 전시 설계도 같은 이 악보는 시간의 선형성을 깨뜨리고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공간적 경험을 만들어낸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김은형 작가의 ‘기담의 부적2’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은 이 계보를 새로운 감각으로 확장한다. 김은형은 장자와 도나 해러웨이의 철학, 종교, 대중문화 등을 활용해 설화를 만들어냈다. 또 이를 벽화와 드로잉으로 표현했다.
서울대미술관 기획전 ‘차원확장자: 시·이미지·악보·코드’ 전시 중인 구자명 작가의 작품. 
기술적 차원을 탐구하는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구자명은 컴퓨터 운영체제(OS)와 바이러스를 조각으로 바꿔 디지털 생태계를 시각화했다. 김호남은 해저케이블을 따라 이동하는 신호의 미세한 지연을 미디어아트로 구현해 우리가 온라인에서 동시성이라고 믿는 시간 감각을 흔들어 놓는다. 전시는 11월 23일까지.
                        
                    
                AI 요약
서울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차원확장자: 시·이미지·악보·코드'는 아홉 작가의 작업을 통해 근대와 현재, 문학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을 탐구한다. 정수정 작가의 작품 '보슈에게 보내는 답'은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주며 관람객을 끌어들이고, 백남준의 작업은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공간적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는 11월 23일까지 진행되며, 동시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기술적 차원과 새로운 감각의 확장을 보여준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0 1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