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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삶에 건네는 조심스러운 위로…연극 ‘하리보 김치’

헤드라인 2025-10-20 00:02 매일경제 원문 보기
AI 요약

벨기에에서 활동하는 연극 연출가 구자하의 신작 ‘하리보 김치’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를 통해 선보이며, 그의 정체성 혼란을 담은 자전적 1인극이다. 작품은 전통 연극 형식에 영상과 사운드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연극’으로, 고백적인 내용이 음식과 결합하여 간접적으로 전달된다. 구자하는 이번 공연에 대해 한국 관객의 비판을 의식하며 특별한 긴장을 느낀다고 밝혔다.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구자하(서 있는 사람) 작가의 신작 ‘하리보 김치’로 돌아왔다. 작품에는 유럽 무대에서 이방인으로 활동하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겼다. [예술경영지원센터] “무대 위로 잠시 나와 보시겠어요?” 공연 ‘하리보 김치’가 시작되면 작가는 관객 두 명을 무대 앞으로 초대한다. 그는 직접 김치전과 오이냉국, 소맥을 내어놓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벨기에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연극 연출가 구자하가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를 통해 선보인 신작‘하리보 김치’는 지난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유럽에서 이방인으로 활동해온 구자하가 겪은 정체성의 혼란과 어려움을 담았다. 유럽에서는 전통적인 연극 형식에 영상과 사운드, 참여적 퍼포먼스를 결합되어 있는 이 작품을 ‘하이브리드 연극’이라 부른다. ‘하리보 김치’라는 제목에는 작가가 태어날 때부터 운명처럼 갖게 된 김치에 대한 선호와, 유학지 독일에서 선택적으로 먹기 시작한 하리보 젤리 사이에서 오간 정체성의 고민이 담겨 있다. 자전적 1인극이지만 고백의 방식은 직설적이지 않다.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부드럽고 간접적으로 감싼 채, 관객에게 정중히 음식을 매개로 건넨다. 무대 중앙에는 반투명 재질의 포장마차 세트가 놓여 있다. 구겨진 천막 대신 매끈하고 깨끗한 표면은 공상과학 영화의 우주선을 떠올리게 한다. 양옆으로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고, 오래된 기록 영상들과 다큐멘터리풍 1인칭 영상이 교차한다. 배우는 영어로 말하고, 한국어 자막은 포장마차 위 스크린에 투사된다. 몽환적인 신디사이저 전자음악이 장면 전체를 감싸며, 무대는 어느 한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무국적 공간’으로 변모한다. 구자하는 “충격에 강하고 쉽게 복원되는 ‘젤리니스(jelliness)’라는 개념을 탐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에서 10년간 유학생이자 이방인으로 살아오며 ‘젤리니스’를 삶의 태도로 체득했다고 말한다. 부드럽지만 쉽게 회복되는 젤리처럼, 충격을 흡수하고 다시 일어서는 생존 전략이다. 작가는 인종차별의 기억과 부모 세대가 겪은 5·18 민주화운동의 상처를 정면으로 재현하지 않는다. 대신 그 기억을 젤리처럼 감싸 안으며 관객에게 건넨다. 연극은 ‘충격의 원인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보다 ‘그 충격을 어떻게 감쌀 것인가’를 묻는다. 과즙을 품은 젤리처럼, 구자하는 자신의 경험과 상처를 겹겹이 포개 조심스럽게 제시한다. 오랜 이방 생활의 외로움속에서 비롯된 함축적 언어와 간접적 화법 속에는 부드러운 위로가 배어 있다. 해외에서 이미 명성을 얻은 구자하는 이번 공연을 앞두고 “한국 공연이 가장 떨린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투어 때는 긴장을 거의 안 하는데 이번은 다르다. 아무래도 모국이니까요”라며 “한국 관객은 제가 만나온 관객 중 가장 크리티컬한 분들”이라고 덧붙였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20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