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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좋아도 주가 절대 안 올라요”…불량종목 뒤엔 ‘대주주’ 있다

헤드라인 2025-10-19 10:43 매일경제 원문 보기
AI 요약

최근 코스피 시장에서 유동 주식 비율이 35% 미만인 기업이 169개사에 이르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지배주주의 과도한 영향력과 일반주주의 권익 침해 문제가 발생하며, 일본과 미국 시장에서는 유동 주식 비율이 낮을 경우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전문가들은 유동 주식이 적은 기업들이 사실상 비상장사처럼 기능해 시장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 중 22% 유동주식 적은 불량종목 시장 유통되는 주식 적으면 대주주 지배력 과도해지고 일반주주 권익 침해돼 문제 글로벌 큰손들도 투자 꺼려 위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글로벌 증시에서 ‘불량 종목’으로 여겨지는 유동 주식 미달 기업이 코스피에 대거 포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이 적으면 가격 형성이 왜곡되거나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과도해져서 일반주주의 권익이 침해되는 문제가 생긴다. 일각에서는 자금 조달과 상속세 절감 등 상장의 이점을 누리면서도 유동 주식을 제한해 지배주주의 절대적인 지배력을 유지하고 상장사로서의 책임은 회피하는 기업들이 한국 증시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으로 금융사와 우선주를 제외한 코스피 종목 중 유동 주식 비율이 35%에 못 미치는 종목이 169개사에 이른다. 한국 대표 시장인 코스피와 유사하게 일본 증시의 1부 리그 격인 프라임 시장에서는 유동 주식 비율이 35% 아래로 떨어지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21.86%에 달하는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는 부실 기업으로 여겨지는 셈이다. 유동 주식 비율 기준을 25%로 낮춰서 살펴보더라도 코스피 기업 65개사(8.4%)가 기준 미달에 해당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앞두고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주주가치 훼손 논란에 휩싸였던 태광산업(21.06%)과 SNT홀딩스(24.22%)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유동 주식이 부족한 기업들은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도쿄증권거래소(TSE)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2022년의 증시 개편 과정에서 유동 주식 비율과 유동 주식 시가총액 상장유지 요건을 손봤다. 프라임 시장은 도쿄증시1부 시장 시절 10억엔이었던 유동 주식 시가총액 기준이 100억엔으로 높아졌다. 자스닥 시장은 유동 주식 비율 기준이 따로 없었으나 새로 설립된 스탠더드 시장과 그로스 시장에서는 유동 주식 비율이 25% 밑으로 내려가면 상장폐지가 될 수 있다. 또한 일본은 시장을 개편하면서 상호출자 지분도 비유동 주식으로 계산하도록 강화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도 공개 유통 주식 수나 시총이 기준에 못 미치면 퇴출이 가능하고, 홍콩증권거래소(HKEX) 역시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동 주식 비율이 25%를 넘어야 한다. 글로벌 지수 사업자들도 지수 구성 종목을 바꿀 때 유동 주식을 살펴본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는 유동시가총액, 유동 주식 비율 등을 기준으로 리밸런싱을 하고, 유동 주식 비율이 15%를 넘지 않는 종목은 편입하지 않는다. FTSE러셀도 10%에서 25%의 유동 주식 비율 기준을 두고 편출입을 결정한다. 글로벌 기관투자자들도 시장에 거래되는 주식 수가 적은 종목을 기피하기에 주가에도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매매 규모가 큰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투자할 종목의 유동 물량을 중요하게 바라본다”며 “많은 거래량을 소화하면서도 주가 움직임이 제한적인 종목이 투자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시장에서 유효한 투자 대상이 되기 보다는 사실상 비상장사처럼 기능하며 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종목들을 걸러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동 주식이 적으면 시장에서 원활하게 거래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주주의 의결권 행사도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주식이 잠겨 있으면 주주들의 의결권 압력이 작용하기 어려워지며 상장사보다는 비상장사의 특성에 가까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나치게 유동 주식 비율이 낮은 기업들은 상장사로서의 기능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시장이 기준을 두고 걸러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문 수집 시각: 2025-10-19 19:50